외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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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미니마이즈하고 코스트를 세이브 할 수 있다!無序錄 2011. 12. 31. 15:16
종종 "전문가"들이 나를 미치게 한다. 그들의 언어 구조가 매우 궁금하다. 유학 다녀온 것을 자랑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이 쓰는 낱말들과 언어 구조가 그러한 것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혼자 카페에 앉아서 놀다가 패션 잡지를 보고 발끈한 적이 있다. "쉬크한 느낌의 골드 귀걸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의 믹스매치" 그 비슷한 기분이 요즘 나를 심심하게 두질 않는다. 지금도 방송되고 있는 "100분 토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권 정책으로 제안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저 잠자코 보는 중이다. 그때! 내 귓가를 거칠게 스치는 낱말과 문장들이 한 노교수의 입에서 쏟아진다. 서울대 지리학과 유우익 교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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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크한 느낌의 골드 귀걸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의 믹스매치(?)無序錄 2011. 12. 31. 15:09
옷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다보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어지럽게 춤춘다. 패션계의 어휘들은 마치 제 3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하고, 된장국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을 이루고 만다. 성급한 생각으로 그들을 매도하면 안 되겠지만, “쉬크한 느낌의 골드 귀걸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의 믹스매치”라는 문장을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 단어의 뜻과 유래와 국적을 알고 있을까? 나는 모른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봤다. 1. 쉬크하다 : 주로 “쉬크한 느낌”으로 활용된다. chic〔, 〕〔F 「숙련, 기술」의 뜻에서〕 n. 1 (독특한) 스타일;멋, 고상(elegance), 세련 2 유행, 현대풍 ━ a. 우아한, 세련된, 맵시 있는(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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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부리황새(하시비로코우), 헬멧벗으렴.사진/취미 2011. 12. 31. 14:39
하시비로코우. 눈매가 매섭다. 엄청난 헬멧을 쓰고 있는 주제에, 난다. 머리통이 나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일본 도쿄의 우에노 동물원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리고 http://www.tokyo-zoo.net에 가면 이 녀석이 무려,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0여분 동안 꿈쩍도 않는다는 이 새. 집중력이 초등-중등 학생들보다 위에 있다. 꽤 크다. 이 녀석은 1m 정도의 키란다. 다 크면 1.5m 정도가 된단다. 엄청난 조두(鳥頭; 새대가리)를 버틸 수 있을까 싶은 가녀린 두 다리. 보라. 가려운지 긁는다. 나뭇가지 같은 저 녀석의 다리. 금방 또각! 부러질 듯. 어린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나도 머리가 커서 슬픈 아기였고, 하체보다 머리가 먼저 성장하는 바람에 두 발로 서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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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無序錄 2011. 12. 31. 14:27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자유롭다. 다른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세상을 떠다님은 축복이자 불행이다. 두 발로 서면서 우리는 동물을 뛰어넘었다. 허파에 맺혔던 각혈은 기침으로 나왔다. 성대는 그르렁거리던 직업을 버리고, 산업혁명을 이뤘다. 결국, 우리는 언어─logos─를 얻었다. 헤켈이 주장했던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사기일지라도, 두 다리로 걷는 자에게는 제법 적당하다.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던 그의 말은, 오늘도 네 다리에서 두 다리로 옮겨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확인 가능하다. 아기가 옹알이를 거치며 모호한 '엄마'를 외칠 때, 환호하는 여인은 오늘도 있다.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를 잃자, 죽었다. 그의 자유의지는 두 다리에 있었다. 스튁스 강에 몸을 담근 그는, 불사였지만 발뒤꿈치만큼은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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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알과 볼펜심無序錄 2011. 12. 28. 19:44
상큼했다. 서걱서걱 씹히는 오이와, 익히지 않은 날치알. 김밥의 로망, 단무지도 역할을 다 했다. 저녁은 날치알을 넣은 오이김밥이었고, 녹차와 함께했다. 이제 살 수 있을 것 같다. 슬쩍 쳐다 본 온도계의 수온주는 오늘도 31. 며칠 째 움직이지 않는다.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머리카락 속의 땀은 나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냉동실에 비축해 두었던 전투식량─사탕바, 상어바, 이맘때, 빅빅빅─도 오늘 늦은 7시를 기해 동났다. 조조가 그랬다. 행군 중에 목마른 군사들을 독려하며, 이 산만 넘으면 저 앞에 모두가 먹고 죽어도 남을만큼의 시고 달달한 매실나무가 그득하다고. 나는 나에게 이 책략을 걸어보았지만, 아무래도 조조가 되기엔 글렀나보다. 더운 날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흐르는 땀이 마음 속에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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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만 부추기는 언론無序錄 2011. 12. 28. 19:37
사교육이건, 공교육이건 각각 장단이 있다. 공교육에서 채울 수 없는 부분은 사교육을 통해 채울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이고, 사교육의 태생적 한계─공교육에서 인정되는 '상위급 학교'로 진학─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의 "라도선생"만 제외한다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제자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열과 성을 보이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자신의 영달보다 제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리라. 신문기사, 언론사에서 발행하는 주간 시사 잡지의 르포 형식의 기사들은 가끔, 교육계에 투신하고자 하는 나의 열정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쏟아 붇는다. 특히 '조-중-동'라인의 親기업 언론은 더욱 심하다. 이번 기사는 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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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천재들의 부모에게.無序錄 2011. 12. 28. 19:20
나는 교사가 되고 싶은 대학생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나는 교사를 선택했다. 모든 일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아마 성인군자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거창한 욕망만이 아니라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정도의 소소한 것도 가리킨다. 그 점에서 나는 뭇 사람들과 같다. 오히려 더 철저한 사람일지 모른다. 나는 대한민국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는 잘 짜여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에 별 탈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염증은 곪아서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엘리트들의 정권다툼으로 국회는 얼룩지고, 천재들이 정치꾼들로 전락한지 오래다. 부동산 투기로 10억은 아무렇지 않게 벌 수 있는 나라가 이곳 대한민국이고, 서민들은 집 한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