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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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조각의 해석문학 잡설 2012. 12. 28. 03:09
그림 그림은 평면을 점과 선으로 나누고 색으로 채운다. 찍힌 점 하나나 선 하나에 화가의 의도가 담긴다. 의도를 담지 않은, 우연한 표현이라고 말하더라도 '그러한 의도'를 담고 있게 된다. 어떤 그림이든 완성되면, '해석 대상'이 된다. 큐레이터의 시선이든, 중학생의 시선이든 간에 해석이 작동하게 된다. 그림의 분위기를 보거나, 어떤 배경, 어떤 사람들이 망막에 닿는 순간, 해석의 문제로 넘어간다. 그림은 대체로 완결된 '전경figure과 배경ground'을 갖고 있다. 음울한 배경에 거친 황소 한 마리가 있을 수도 있고, 한적한 공원에 한가롭게 누워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관람객들은 주로 그림을 보며, 어디에서 누가 무얼 하고 있는가―하는 것을 보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는다. 관람객은 그림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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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평전 ― 책 속에서문학 잡설 2012. 12. 25. 00:37
마르크스 평전저자자크 아탈리 지음출판사예담 | 2006-10-17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의 저서 마르크스 평전. 세계화에 대한...글쓴이 평점 “‘과학은 윤리에 우선한다. 사회 분석은 도덕적이 되기 전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마르크스는 이 교훈을 절대로 잊지 않았다.”-p.49~50 “……반면 마르크스는 절대적 도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 집단들의 이해관계는 필연적으로 상호 대립적이라고 생각했다.”-p.128 “마르크스는 소외란 정신이 자신에 대해 깨닫기 위해 스스로에게 돌아가려고 자신에서 떨어져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채택하여……”-p.133 “그 원칙이란 인간은 모든 사색과 정치적 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그 어떤 혁명도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을 해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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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을 마침표로, 문장 부호 현실화 임박문학 잡설 2012. 10. 24. 09:49
온점을 마침표로, 문장 부호 현실화 임박 -문장 부호 개선 공청회 □ 문장 부호 개선 공청회 개최 ◦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은 10월 26일 한국언론진흥재단(프레스센터)에서 문장 부호 개선 공청회를 개최. ㅇ ‘한글 맞춤법’ 부록, ‘문장 부호’의 내용이 언어 현실과 큰 차이가 있어 ‘문장 부호’의 개정을 준비. □ ‘문장 부호’ 개정안의 주요 내용 ◦ 실제 언어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 부호에 대한 규정 추가 - 세로쓰기에만 허용되었던 겹낫표(『 』)와 홑낫표(「 」)를 가로쓰기에 허용, - 제목/강조를 하기 위해 쓰는 겹꺾쇠표(《 》)와 홑꺾쇠표(〈 〉)를 추가했다. ㅇ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것으로 문장 부호 명칭 변경 - ‘.’에 대해 온점 대신 마침표 - ‘,’에 대해 반점 대신 쉼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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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르는 노하우문학 잡설 2012. 10. 23. 12:29
우선 어떤 용도로 읽을까를 생각해서 고릅니다. 제 경우에는 대개 세 가지로 나눕니다.1. 교양 적립용2. 심심풀이용3. 신지식 습득용 어떤 목적으로 읽을까 정해지면, 문학과 비문학으로 가릅니다. 문학이라면 작가와 출판사를 봅니다. 탁월한 작가의 경우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독자에게 묵직한 신뢰감을 주지요. "이 사람의 책이라면, 아무거나 읽어도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 정도의 신뢰감. 제게 베스트 11은 이 사람들입니다. 1. 미셸 트루니에2. 장 그르니에 3. 폴 오스터4.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5. 로맹 가리6. 미하일 엔데7. 알랭 드 보통8. 법정9. 김영하10. 다치바나 다카시11. 무라카미 하루키 어째 꼽다보니 이젠 신작을 쓸 수 없는 사람이 다섯 명이나 있지만, 그들의 책은 다시 읽어도 새롭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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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자화상문학 잡설 2012. 2. 23. 16:56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를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엊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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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요정들문학 잡설 2011. 12. 31. 14:55
아주 오랜 옛날부터 오동나무 속에는 여섯 명의 요정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컴컴한 밤이 되면, 요정들은 또롱또롱 빛을 내면서 일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반딧불과 함께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꽃들에게 다가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다른 요정들은 이 요정들을 ‘오동나무 요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여섯 명의 오동나무 요정들은 새벽이 되면, 보드라운 오동나무 할아버지 품속에서 꼬물꼬물 잠을 잤기 때문이지요. 오동나무 요정들은 소리를 먹고 살았습니다.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모아서 항아리에 담아두었고, 사람들이 오디오나 MP3로 듣는 음악도 모두 모아, 바닷가에서 주워 온 소라고둥에 담아두었습니다. 오동나무 요정들은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냄새를 맡고,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잠들기 전에 여섯 요정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