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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크한 느낌의 골드 귀걸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의 믹스매치(?)無序錄 2011. 12. 31. 15:09
옷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다보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어지럽게 춤춘다. 패션계의 어휘들은 마치 제 3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하고, 된장국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을 이루고 만다. 성급한 생각으로 그들을 매도하면 안 되겠지만, “쉬크한 느낌의 골드 귀걸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의 믹스매치”라는 문장을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 단어의 뜻과 유래와 국적을 알고 있을까?
나는 모른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봤다.
1. 쉬크하다 : 주로 “쉬크한 느낌”으로 활용된다.
chic〔, 〕〔F 「숙련, 기술」의 뜻에서〕 n.
1 (독특한) 스타일;멋, 고상(elegance), 세련
2 유행, 현대풍
━ a. <복장 등이> 우아한, 세련된, 맵시 있는(stylish)
chic·ly ad. chic·ness n.
>> 명사, 이름씨다. 차라리 “쉬클리”라고 말을 하든가. 어원은 프랑스어였다.
2. 빈티지 : 주로 “빈티지한 느낌” 또는 “빈티지 스타일”로 활용된다.
vin·tage〔〕〔L 「포도 수확」의 뜻에서〕
━ a.
1 포도주 (양조)의;<포도주가> 우량한, 고급의;(오랜) 연호가 있는
2 《일반적으로》 …형, …년식
a 1960s-vintage TV set 1960년대식 텔레비전 수상기
3 <제작물·작품이> 우수한, 걸작의;유서 있는;시대물의;구식의, 케케묵은, 시대에 뒤진;《영》 <차가> 1917-30년에 제조된
━ vt. <와인용의 포도를> 수확하다;(포도로) <와인을> 빚다, 양조하다
vn·tag·er n. 포도 수확자 ]
>> 원뜻은 “포도 수확”에서 유래했단다. “케케묵은, 시대에 뒤진”의 뜻이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에서 검색했더니, 뜻밖의 검색물이 나타났다.
빈티지하다 vintage--
[형용사]
옛것으로 품위를 살린 데가 있다.
수석 디자이너 톰 포드는 컬렉션을 마친 후 “1930년대 영화 스타를 떠올리면서 정장 느낌을 살린 옷을 디자인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의 빈티지한 감각은 많이 제한된 쇼를 보여 주었다. ≪매일경제. 2002. 1. 25.≫
빈티지한 데님 트렌치코트와 브라운 컬러의 헌팅캡을 매치시키는 것도 멋진 만남이 된다. ≪일간스포츠. 2003. 9. 8. 28면≫
옛것으로 품위를 살린 데가 있단다. 케케묵은, 시대에 뒤진 단어의 느낌이 우리 패션업계에서는 이렇게 새로운 세례를 내려주었다. 빈티지에 축복을. 그런데 왜 빈티지가 하필이면 청바지나 데님 소재로 만든 옷에 주로 쓰이는 걸까. 앞으로 계속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검색해서 분석해 봐야겠다. 나날이 축복받아 거듭나는 단어들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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