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序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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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미니마이즈하고 코스트를 세이브 할 수 있다!無序錄 2011. 12. 31. 15:16
종종 "전문가"들이 나를 미치게 한다. 그들의 언어 구조가 매우 궁금하다. 유학 다녀온 것을 자랑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이 쓰는 낱말들과 언어 구조가 그러한 것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혼자 카페에 앉아서 놀다가 패션 잡지를 보고 발끈한 적이 있다. "쉬크한 느낌의 골드 귀걸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의 믹스매치" 그 비슷한 기분이 요즘 나를 심심하게 두질 않는다. 지금도 방송되고 있는 "100분 토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권 정책으로 제안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저 잠자코 보는 중이다. 그때! 내 귓가를 거칠게 스치는 낱말과 문장들이 한 노교수의 입에서 쏟아진다. 서울대 지리학과 유우익 교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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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 잡소리無序錄 2011. 12. 31. 15:13
반짝이는 햇볕이 내 기분을 좋게 해줬어. 어제 밤까지만 해도 답답했던 마음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듯 시원했고 말야. 늦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이상하게 느긋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너는 그 느낌을 아니? 귀찮게 울려대는 손전화 알람을 꺼버리고 이불을 걷어 차버렸어. 동서남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는 머리카락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눈도 덜 뜬 채 욕실로 걸었지. 아마, 네가 내 모습을 봤다면, 몽유병 환자로 착각했을 거야. 손을 더듬어서 칫솔과 치약을 찾았어. 보지 않고 치약을 짜서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양을 칫솔에 묻혀버렸더라. 눈을 빼꼼히 뜨고, 세면대에 칫솔을 올려 놓았어. 그리고 나선,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샤워기를 틀었지. 거기까지가 내 오른쪽 눈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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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크한 느낌의 골드 귀걸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의 믹스매치(?)無序錄 2011. 12. 31. 15:09
옷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다보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어지럽게 춤춘다. 패션계의 어휘들은 마치 제 3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하고, 된장국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을 이루고 만다. 성급한 생각으로 그들을 매도하면 안 되겠지만, “쉬크한 느낌의 골드 귀걸이와 함께 블랙 앤 화이트의 믹스매치”라는 문장을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 단어의 뜻과 유래와 국적을 알고 있을까? 나는 모른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봤다. 1. 쉬크하다 : 주로 “쉬크한 느낌”으로 활용된다. chic〔, 〕〔F 「숙련, 기술」의 뜻에서〕 n. 1 (독특한) 스타일;멋, 고상(elegance), 세련 2 유행, 현대풍 ━ a. 우아한, 세련된, 맵시 있는(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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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버린 겨울無序錄 2011. 12. 31. 15:04
늙어버린 겨울의 존재를 드디어 하늘이 알아차렸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지난 빙하기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 하늘은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 보다.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기억하다,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리거나 쇄락할 때에야 비로소 눈을 비벼 크로노스의 존재를 느끼는 것처럼. 차츰차츰 겨울의 생명은 사그라졌다. 1년에 한 차례 어김없이 가을이 던지는 칼에 맞아 가사상태에 빠지는 나무의 꿈은 겨울이 지켜줬다. 김치냉장고보다도 신선하고 서늘한 공기로 나무의 꿈을 꾸고 있는 씨앗을 지켜줬다. 나무의 꿈도 겨울의 생명이 사그라지는 만큼 줄어든다. 벌레를 키우는 계절의 생명력은 신선한 계절의 생명을 빨아먹고 눈을 비벼 볼만큼 커져버렸다. 여름, 이젠 크로노스의 손에서 낫을 빼앗아 들게 됐다. 서기 2007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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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_The Art of Conversation─MUST HAVE_無序錄 2011. 12. 31. 15:01
Rene Magritte, 아 이 사람. 참 대단하기도 한 사람이다. 평범하고,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의 마음속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할배 말로는, 눈에 보이는 것만 다루었다는데 그림을 접하면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눈에 보이는 현실의 사물들을 조금씩 따와서 요상한 조합으로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게 웃긴 부분이다. 말이 된다. 시적(詩的) 허용은 정말 편리한 도구다.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물감을 “찌끄리고”는 시적인 제목을 하나 달아 두면, 어이없게도 말이 되고 만다. 문학에서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광고에서도 역시 그런 기법을 많이 쓰고. 기호와 상징이란 도구들은 언제까지나 상상하는 사람의 연장으로 충실하게 부려질 것이다. 오늘은 마그리트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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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에서 프로크루스테스를 만나다.無序錄 2011. 12. 31. 14:44
으헛. 내 허리. 진작에 갈 것을 때늦은 후회다. 다들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늦었음을 깨닫는 순간이라도 좋으니 시작하라고. 나도 오늘부터 시작이다. 늦은 아침에 도착한 문자는, 육군 학사장교 1차 통과를 알리며 11월 7일까지 국군병원으로 나와 신검을 받으란다. 휴. 숨을 고르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병원 가 봐야지." 병원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고, 10년이나 된 내 자전거에 올라 쌩 달렸다. 금세 도착. 요시다 슈이치의 을 가지고 갔다. 그닥 예쁘지 않은 간호사 누나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의료보험증을 제출하고, 접수 완료. 굳이 아름다운 미소까지 드릴 필요까지는 없어도 되리라 깨달았지만, 병원에 너무나도 오랜만이라 나타난 방어기제였다. 의자에 앉아 을 눈으로 후르륵 마셔버리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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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면접 후기, 더하기 배출.無序錄 2011. 12. 31. 14:41
엊저녁에 마신 커피 두 잔이 화근이었다. 일찍 잠을 청해 본다고 1시도 못되어서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지만 수십, 수천만 가지의 잡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거기에 아무리 감고 있어도 최루탄에 노출된 느낌의 오른쪽 눈은 계속 아파왔다. 구십팔만 번째 생각─아마, 〈운영전〉과 경복궁과 낮에 미처 풀지 못했던 원의 방정식 문제가 뒤섞인─을 하던 중에 핸드폰을 눌렀다. 엄마 자궁같이 캄캄한 두 평 남짓한 공간에 초음파 같은 빛이 켜진다. "AM 03:48". 젠장, 이건 아니다. 오늘 아침 9시 50분까지 대기실로 가야했다. 알람을 8시에 맞춰 놓고, 1시에 잠들려 했던 계획이 되려 스트레스로 더해졌다. 분명히 자궁 속에서 뒹굴댕굴하는 태아들도 초음파 검사를 싫어할 거다. 이건 스트레스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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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無序錄 2011. 12. 31. 14:27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자유롭다. 다른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세상을 떠다님은 축복이자 불행이다. 두 발로 서면서 우리는 동물을 뛰어넘었다. 허파에 맺혔던 각혈은 기침으로 나왔다. 성대는 그르렁거리던 직업을 버리고, 산업혁명을 이뤘다. 결국, 우리는 언어─logos─를 얻었다. 헤켈이 주장했던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사기일지라도, 두 다리로 걷는 자에게는 제법 적당하다.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던 그의 말은, 오늘도 네 다리에서 두 다리로 옮겨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확인 가능하다. 아기가 옹알이를 거치며 모호한 '엄마'를 외칠 때, 환호하는 여인은 오늘도 있다.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를 잃자, 죽었다. 그의 자유의지는 두 다리에 있었다. 스튁스 강에 몸을 담근 그는, 불사였지만 발뒤꿈치만큼은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