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날치알과 볼펜심無序錄 2011. 12. 28. 19:44
상큼했다. 서걱서걱 씹히는 오이와, 익히지 않은 날치알. 김밥의 로망, 단무지도 역할을 다 했다. 저녁은 날치알을 넣은 오이김밥이었고, 녹차와 함께했다. 이제 살 수 있을 것 같다. 슬쩍 쳐다 본 온도계의 수온주는 오늘도 31. 며칠 째 움직이지 않는다.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머리카락 속의 땀은 나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냉동실에 비축해 두었던 전투식량─사탕바, 상어바, 이맘때, 빅빅빅─도 오늘 늦은 7시를 기해 동났다. 조조가 그랬다. 행군 중에 목마른 군사들을 독려하며, 이 산만 넘으면 저 앞에 모두가 먹고 죽어도 남을만큼의 시고 달달한 매실나무가 그득하다고. 나는 나에게 이 책략을 걸어보았지만, 아무래도 조조가 되기엔 글렀나보다. 더운 날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흐르는 땀이 마음 속에 있는 ..
-
사교육만 부추기는 언론無序錄 2011. 12. 28. 19:37
사교육이건, 공교육이건 각각 장단이 있다. 공교육에서 채울 수 없는 부분은 사교육을 통해 채울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이고, 사교육의 태생적 한계─공교육에서 인정되는 '상위급 학교'로 진학─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의 "라도선생"만 제외한다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제자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열과 성을 보이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자신의 영달보다 제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리라. 신문기사, 언론사에서 발행하는 주간 시사 잡지의 르포 형식의 기사들은 가끔, 교육계에 투신하고자 하는 나의 열정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쏟아 붇는다. 특히 '조-중-동'라인의 親기업 언론은 더욱 심하다. 이번 기사는 에 실려 있다..
-
대한민국 천재들의 부모에게.無序錄 2011. 12. 28. 19:20
나는 교사가 되고 싶은 대학생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나는 교사를 선택했다. 모든 일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아마 성인군자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거창한 욕망만이 아니라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정도의 소소한 것도 가리킨다. 그 점에서 나는 뭇 사람들과 같다. 오히려 더 철저한 사람일지 모른다. 나는 대한민국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는 잘 짜여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에 별 탈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염증은 곪아서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엘리트들의 정권다툼으로 국회는 얼룩지고, 천재들이 정치꾼들로 전락한지 오래다. 부동산 투기로 10억은 아무렇지 않게 벌 수 있는 나라가 이곳 대한민국이고, 서민들은 집 한 채 ..
-
코감기는 외롭다.無序錄 2011. 12. 28. 19:15
감기는 외로운 병이다. 콜록콜록. 옆에서 이 소리만 들려도, 온몸이 흠칫한다. 주변 사람들이 드러내 놓고 그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그들 앞에서 기침하고, 코를 풀어대는 건, 그리 산뜻하지 않다. 스스로 나를 그들로부터 소외시킨다. 하루가 아쉽다고 눌러 앉아있던, 도서관도 감기와 동거하는 기간에는 별도다. 도서관은 잘 있나. 150원짜리 씁쓸한 자판기 커피는 여전하겠지. 취업준비하는 친구는 아직도 도서관에서 꼬부랑 알파벳과 씨름하고 있을까. 코감기는 더하다. 코감기 약에는 뭐가 들었을까. 난 코감기약에 반나절 이상을 죽어있었다. 살아있는 시간도 몽롱한 기분으로, 나는 내가 아니었다. 아침에 뽑아 마셨던, 노란색 오렌지 주스의 맛도 죽었다. 주스에서 왜 쓴맛-콧물맛만 나는건지. 오늘 수업은 혼자 ..
-
비판정신 함양과 인간해방의 교육無序錄 2011. 12. 27. 19:03
오래전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육’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공헌해 왔다. 교육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다양하며, 그 합의점을 도출하기도 매우 어렵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교육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가져야할 중요한 권리라고 동의한다―이 부분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무리를 이루고 살게 되면서, 세계(타인)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제도·법을 발명했다. 제도와 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사회가 성립되면서 많은 이로움과 함께 해로움이 나타나게 되었다. 사회는 새로운 세대를 교육하려고 하며, 그들이 교육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요구하는 교육의 내용이 과연 무엇을 위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가 된다. 사회학자는 그것을 ‘사회화’라는 용어로 지..
-
數的 환상(Numeral fantasy) / '평균'이라는 이름의 허구적 기만성.無序錄 2011. 12. 27. 18:55
[평균적인 한국인 어떻게 사나?] - 통계청 자료로 본 한국인의 삶 미디어다음 / 구자홍 기자 라는 기사를 봤다. '평균적인 한국인'은 과연 있나? 있는지 없는지 생각도 안하고, 그런 사람이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것까지 알려드나? 평균적인 한국인은 없다. 난 그것을 부정한다. 그들은 무슨 의도로 한국인의 '평균'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 그 기사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한국 근로자는 한주 평균 45.9시간 일하고, 한달에 203만8000원을 받는다. 또 하루 평균 227.9g의 쌀과 22.9g의 쇠고기, 47.4g의 돼지고기, 28.8g의 달걀을 소비하고, 19세 이상 성인은 연간 53ℓ의 맥주와 26ℓ의 소주, 5.3ℓ의 탁주를 마시고 하루 7.4개비의 담배를 태운다. 또 연간 6126kWh..
-
아름답다는 것無序錄 2011. 12. 27. 18:49
-아름다워지길 바라는 소녀들에게. 아름답다는 것은 그리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나비가 날아가며, 꽃을 찾아 가는 것. 국화꽃이 피어나고 향기를 퍼뜨리는 것. 이런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이란다. 곱게 화장하고, 빛나는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있는 여인을 보고 아름답다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말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거란다. 곱게 화장한 여인은 누구나 될 수 있지. 예쁜 귀걸이, 목걸이도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잠시간에 할 수 있단다. 아름답다는 것은 그렇게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꽃을 키우기 위해서는 흙이 필요하고, 그 흙에 모자란 비료를 더 채워야 하지. 그런데 그 비료는 전혀 향기롭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어지는 물건이야. 그런데 겨울을 지나고, 비료가 흙 속에 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