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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답다는 것
    無序錄 2011. 12. 27. 18:49

    -아름다워지길 바라는 소녀들에게.

     

      아름답다는 것은 그리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나비가 날아가며, 꽃을 찾아 가는 것. 국화꽃이 피어나고 향기를 퍼뜨리는 것. 이런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이란다.

      곱게 화장하고, 빛나는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있는 여인을 보고 아름답다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말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거란다. 곱게 화장한 여인은 누구나 될 수 있지. 예쁜 귀걸이, 목걸이도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잠시간에 할 수 있단다. 아름답다는 것은 그렇게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꽃을 키우기 위해서는 흙이 필요하고, 그 흙에 모자란 비료를 더 채워야 하지. 그런데 그 비료는 전혀 향기롭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어지는 물건이야. 그런데 겨울을 지나고, 비료가 흙 속에 그득히 퍼지면, 영양을 먹고 햇살의 도움을 받아 싹이 튼단다. 마침내 4월, 5월이 되면 꽃을 틔우는 거야.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란다. 그 순간 그대로 멈추어, 더 이상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 순간. 그 때가 바로 네가 느끼는 '아름다움'이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차가 그렇게 향긋하고, 맛있는 것은 바로, 아름답기 때문이야.

     

      나는 네가 아름답기를 바란다. 겉모습에서 비추는 예쁨은 진실한 아름다움이 아니란다. 네가 동경하고 질시하는 예쁜 연예인이 평상시에 욕지거리로 일관한다면 어떨까. 버스가 울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전화를 하고, 침을 뱉고, 거리에 쓰레기를 버린다면 어떻겠니. 그런 모습의 미인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것은 꽃과 같단다.

      바닷가의 동글동글한 조약돌과 같단다. 장미의 향기는 맛있는 꿀물을 먹고 만들어 낸 것이 아니란다. 코를 찌르는 역한 비료를 먹고 겨울을 견뎌냈더니, 자기도 모르게 피워낸 것이 장미란다. 굳이 향을 퍼뜨리려 하지 않아도, 퍼지는 것이 향이고, 모으지 않아도 모이는 것이 꿀벌이란다.

      지금까지 네가 해 왔던 말들은, 너를 닦아내고 다듬은 물결이란다. 어떤 물결이 네 영혼의 모습을 어루어 만져왔는지 궁금하구나. 나즈막한 소리로, 곱게 밀려온 물결은 네 모습을 충분히 아릅답게 가꾸어 가고 있는 중일테고, 거친 파도는 기암괴석을 만들고 있을테지.

     

      소녀야. 너는 아직 아름답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단다. 굳이 화내지 않아도, 짜증내지 않아도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네 모습을 바라보고 있단다. 어린 영혼은 부드러워서 흠집이 난 부분도, 다정스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면, 아름다워진단다.

      너의 아름다움은 혼자만의 아름다움으로 그치지 않는단다. 국화향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퍼져나가 듯, 네 주변으로 네 향기가 퍼져나갈 거야. 아름다운 너는 사람 속에서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여겨지고, 네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빛이 될 수 있단다.

     

    200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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