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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버린 겨울의 존재를 드디어 하늘이 알아차렸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지난 빙하기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 하늘은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 보다.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기억하다,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리거나 쇄락할 때에야 비로소 눈을 비벼 크로노스의 존재를 느끼는 것처럼. 차츰차츰 겨울의 생명은 사그라졌다.
1년에 한 차례 어김없이 가을이 던지는 칼에 맞아 가사상태에 빠지는 나무의 꿈은 겨울이 지켜줬다. 김치냉장고보다도 신선하고 서늘한 공기로 나무의 꿈을 꾸고 있는 씨앗을 지켜줬다. 나무의 꿈도 겨울의 생명이 사그라지는 만큼 줄어든다. 벌레를 키우는 계절의 생명력은 신선한 계절의 생명을 빨아먹고 눈을 비벼 볼만큼 커져버렸다. 여름, 이젠 크로노스의 손에서 낫을 빼앗아 들게 됐다.
서기 2007년 3월 2일에야 하늘은 눈을 비볐다. 겨우내 내리던 눈과 빗방울들은 냉장고에 낀 서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옛 사람들의 상상처럼, 이 땅이 거북이 등껍질이라는 것을 하늘은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오래전 옛날에도 한 번 우라노스는 크로노스에게 성기를 베이고 힘을 잃었다. 새로운 반복은 역사에서도, 문학에서도 발견된다. 이제 하늘은 다시금 깨달았나보다. 손자뻘인 태양, 그의 아들 여름에게 크로노스의 낫이 들려 있다는 걸 알았나보다. 오늘은 하늘이 늙어버린 겨울을 위해 쉴 새 없이 울어주었다. 거북이 등껍질과 번뜩이는 낫을 보고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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