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이는 햇볕이 내 기분을 좋게 해줬어. 어제 밤까지만 해도 답답했던 마음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듯 시원했고 말야. 늦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이상하게 느긋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너는 그 느낌을 아니? 귀찮게 울려대는 손전화 알람을 꺼버리고 이불을 걷어 차버렸어. 동서남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는 머리카락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눈도 덜 뜬 채 욕실로 걸었지. 아마, 네가 내 모습을 봤다면, 몽유병 환자로 착각했을 거야.
손을 더듬어서 칫솔과 치약을 찾았어. 보지 않고 치약을 짜서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양을 칫솔에 묻혀버렸더라. 눈을 빼꼼히 뜨고, 세면대에 칫솔을 올려 놓았어. 그리고 나선,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샤워기를 틀었지. 거기까지가 내 오른쪽 눈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의 한계였나봐. 재빠르게 눈을 다시 감고는 칫솔을 손에 쥐었지. 칫솔질을 하면서 흩뿌려지는 물줄기를 맞았어. 비. 그래 비가 떠올랐지. 길을 걸으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비를 맞아 본 게 언제였더라.바람이 살랑대며 불어오는 날에 대학 캠퍼스에 있으면,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올라. 어릴 적에 아무런 걱정 고민도 없이 지냈던 일들도 생각나고, 친구들과 야자, 보충 빼먹고 노래방을 전전하던 일들도 새로워. 지금 창 밖에 흩날리던 비가 그쳤어. 하지만 아직도 하늘은 심통을 부리는 것처럼 구름이 가득해. 언제 다시 비를 뿌릴지 모르겠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