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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을 위하여 | 마크 웨이틀리문학 2012. 12. 25. 00:04
감기가 온다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남기고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물론, 반백수 상태이기때문에 학교에 갈 의무는 없다. 10월 말까지 졸업논문만 제출하면 나의 5년 간 대학생활은 모두 끝난다. 머리가 딩딩했고, 추운듯 더웠다. 나는 어쨌든 옷을 입고 오후 4시에 집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리며 읽기 시작한 『연애소설』을 보다가, 7호선 중화역에 도착해서 갑자기 어지러웠다.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순간적으로 간지러웠다. 분명, 땀때문이다. 발길을 돌렸다. 이대로 학교에 가봐야 공부도 안될 것이 뻔한 일이었고, 집으로 향하는 게 옳은 수순이라 생각했다.
집까지 가는 버스가 아닌, 일부러 좀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 버스를 탔다. 세 사람 밖에 없었던 버스에 올라타서, '노약자 지정석'에 털석 주저앉았다. 그리고 가네시로 가즈키의 글을 계속 읽어내렸다. 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갔다. 걷는 내내, 글을 읽었고 장면을 상상했다. 집에서도 계속 읽어 제꼈다. 다 읽고, 책상 위에 놓인 『부의 미래』를 보며 어느 것부터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한참 휴가갔다가 돌아온 나의 뮤즈의 지시에 따랐다. 딱딱한 얘기보다는 몰랑몰랑한 사랑에 관한 얘기부터 적어갔다. 글을 다 쓰고,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고 쌍화차를 마셨다.저녁을 먹고 나서, 초기 감기면 으레 찾는 병으로 된 감기약을 들이켰다. 그리고 TV를 보고, 화요일(9/12)이 된 순간에 이 책을 책장에서 뽑았다. 사둔지 얼마나 되었는지 떠올려 봤지만, 미세한 알츠하이머 증세만 인지했다. 꽤 괴상한 이야기를 모두 읽어버렸고, 지금 글을 쓴다.아인슈타인을 떠올리게 하는 천체 물리학자가 있다. 공부 잘하고, 똘똘한 학생이었던 퍼시벌 말로는 수영대회에서 1등을 하며, 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월은 늘 그렇듯 가차없이 날았다. 10대 소년이었던 말로는 죽음만 기다리는 노교수가 되었다.괴상한 이야기는 '도닝 박사'라는 사람의 연구와 계획에서 시작이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물리학자의 생명을 연장해서 온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혁혁한 업적을 기대하며 "최선을 다해" 달린다. 어떠한 사심도 없다. 그의 욕심을 의심하는 경찰이 오히려 더 세속적 인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런 존경을 받는 말로 교수는 도닝을 미심쩍게 느끼면서도, 연구를 계속 지원해주고 결국에는 다른 몸을 빌어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 말로 교수가 바라던, 바라지 않았던 간에 '미구엘'이란 어린 아이의 몸에 살게 되면서 몇 가지 사건을 겪는다. '가치 중립의 영역'에서는 세계 최정상의 학자의 모습과, '도덕과 윤리의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여러 생각을 하며 느끼게 되는 이야기였다.작가의 구성력이 좋았다. 단지, 매끄럽지 않았던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하나같이 모난 성격의 사람들이 탐탁하지 않았다. 결과와 업적만으로 그 사람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까. 온누리에게 도움이 된 업적을 남겼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상대적으로 우월한 존재'로 판단할 수 있을까.머지않은 미래에는 정말, 이 소설의 내용과 비슷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과학은 나날이 앞을 향해 달려간다. 과학의 힘은 벼랑 끝에 매달린 인류를 구할 수도, 손가락을 밟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오로지 기술(art)적인 발전을 향해, 윤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꽤 곤란한 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철학과 과학의 발전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벌어진다. 철학이 앞으로 향해 달리는 속도와, 과학이 앞을 향해 날아가는 속도의 차이가 오늘도 꽤 벌어졌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과학에 '윤리'를 취향의 문제로 여기기엔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 있다.상당히 '삼삼한' 소설이었다.나로 존재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것들 속에서 가능하다는 얘기는 디저트였다.<책에서>"네가 영원히 미구엘로 남아 있으려면 그 물건을 언제나 가까이 지니고 있으면서 매일 쳐다보며 음미해야 한다. 너는 언제나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물에 둘러싸여, 지금 네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도록 주변의 모든 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기 바란다. 그래야 원래 네 운명대로 미구엘 산체스로 성장할 수 있거든."-pp.327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