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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문학 2012. 12. 25. 00:1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저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4-01-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으로, 유럽 문명의 몰락을 예언한 철학자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고뇌의 한 달이었다. 제4부의 마지막, 573페이지의 끝에 인쇄된 문구가 유난히도 가슴을 때린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이로써 끝난다.
    그리고, "모든 이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책".
     
      지금껏 그랬다. 모든 시련과 고통은 모르는 사이에 젖는 가랑비처럼 찾아든다. '차라투스트라'와의 만남에서 시작된 시련과 고통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생각하는 즐거움'은 쾌락이다. 사물을 바라보고, 그 안에 담고 있는 사회적 약속─기호, 언어, 상징─을 나름대로 맞춰가는 쾌감은 형용불가다. 어쩜, 히로뽕 만큼의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찾아들었다.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에서, "내 인생에 한 권의 책"을 주제로 대화한 일이 있다. 나는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한 책─노자, <도덕경>─을 들며, 대화에 참여했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랬던가, 즐거운 대화가 극에 달하면, 어느틈엔 꼭 어둠의 싹이 튼다. 평소 친근감을 갖던 분이, 한 말씀 하신다. "20대라면, 짜라투스트라를 읽어 봐야지." 어둠의 시작.
     
      불면증 치료제로 첫만남을 시작했다. 은둔자 차라투스트라의 마을행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 긴긴 여정.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오만이 나의 머리끝까지 지배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한 니-체. 저 표지 그림─고흐, 별이 빛나는 밤─ 만큼이나 내 머릿속은 혼돈, 그 이상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詩的) 허용을 놓지 않았다. 니체가 시적 화자로 선택한 차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의 말을 읽기는 모두 읽었으되, 내가 그의 상징체계를 제대로 풀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약간 안도의 한숨이 가능한 이유는, 아직까지 니체는 연구중이라는 이야기.
     
      570여 페이지의 서사시는 차라투스트라의 중년시절부터, 그가 백발이 성성하기까지의 "발자국"을 찍어나간다. 1부-4부까지의 큰 흐름 속에, 하나의 장면을 그리고 상징을 해설하고, 말종 인간 개선을 위한 이야기를 한다. 이제, 지금부터 나의 해석으로 차라투스트라를 되짚어 보련다.
     
      초인(超人)이 등장한다. 이 초인은 흔히 생각하는 슈퍼맨류 인간─600만불의 사나이, 배트맨, X맨, 슈퍼사이어인 등─이 아니다. 독일어는 모르지만, Ubermensch─U 위에 움라우트, 위버멘쉬(?)─라고 부르는 대상이다. 선과 악의 가치를 넘어 선 인간이며, 다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두 다리로 올곧게 서서, 저 편을 향해 힘차게 걸어갈 수 있는 인간이다. 차라투스트라(이하 '차라'로 부름)는 바로 이 초인을 인간에게 가르치려 마을로─시장으로─ 나섰다.
     
      시장으로 나선 차라는 지나치게 강렬했다. 시장은 보통 인간의 삶의 바닥이며, 삶의 가치가 평가되고, 재분배가 이루어지는 장소다. 그리고 그곳은 이미 '돈'이라는 가치가 모든이의 마음에 뿌리 내렸다. 마음 속에 돈나무 한 그루씩을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현재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바탕을 스스로 만들라고 외치는 차라는, 현자 아니면 미친놈이다. 시장 속 사람들─말종 인간─은 차라를 여지없이 미친놈 취급한다. 별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그럴테니.
     
      차라는 사람들에게 "대지에 충실하라"고 바랐다. 두 다리로 우뚝 설 수 있는 대지에 충실하라고. 날개없는 인간들이 도저히 이를 가능성이 없는 하늘에 대한 희망은 이제 버리라며, "신의 죽음"을 선언한다. 신에 대한 두려움과, 불경스러운 일들은 모두 인간의 보상심리가 눈덩이 처럼 점점 불어나서 만들어진 눈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차없이 부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한결같이.
     
      한 번 읽고, 니체와 그의 분신 차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래도 몇 가지를 얻었다. 반드시 자신의 두 다리로 한낮의 태양과 자정의 어둠 속을 내 뜻대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 파괴가 있고 창조가 있으며, 옳고 그름도 가치 판단 이후에나 생겨난 것이며, 순풍과 역풍도 나아갈 목표가 있어야 알게 된다는 것. 신이 위대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빈약한 존재라고 오해하고 있기에 존재한다는 것. 이것들이다.
     
      아쉽고, 두렵다. 내겐 아직 차라투스트라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도리어 오늘 밤부터 평생토록 내게 씨부릴 것 같은 예감이 스친다. 가랑비, 제대로 맞아 버린 가을이다.
     
     
    <책에서>
     
      "형제들이여, 간곡히 바라노니 대지에 충실하라. 그리고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마라! 그들은 스스로 알든 모르든 독을 타서 퍼뜨리는 자들이다."-pp.16
     
      "그렇다. 인간은 더러운 강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바다가 되어야 한다. 더러워지지 않으면서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이려면."-pp.17
     
      "이제는 인간이 자신의 목표를 세워야 할 때다. 이제는 드높은 희망의 싹을 심을 때다."-pp.22
     
      "창조라는 유희를 위해서는, 형제들이여, 성스러운 긍정이 필요하다. 이제 정신은 자신의 의지를 원하고 세계를 상실한 자는 이제 자신의 세계를 되찾는다."-pp.38
     
      "나의 악마를 보았을 때 나는 이 악마가 진지하고 철저하고 깊고 장엄하다는 것을 알았다. 요컨대 그것은 중력의 영(靈)이었다. 그리고 이 영으로 인해 모든 사물들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분노함으로써 죽이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써 죽인다. 자, 이제 중력의 영을 죽이자!"-pp.65
     
      "이 세상의 가장 훌륭한 것들도 그것을 연출해 주는 자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러한 연출자들을 군중은 위인이라 부른다."-pp.85
     
      "위대한 일은 모두 시장과 명성을 떠난 곳에서 일어난다."-pp.87
     
      "독파리 떼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대의 피를 원한다. 핏기 없는 파리들의 영혼이 피를 요구하는 것이다. 파리 떼는 아무 생각도 없이 쏘아대는 것이다."-pp.88
     
      "우리가 더 잘 즐길 수만 있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고통을 꾸며내려는 생각도 가장 잘 버릴 수가 있는 법이다."-pp.152
     
      "일찍이 나는 상서로운 새의 조짐을 바랐다. 그러나 그때 그대들은 나의 길 위로 부엉이라는 괴물, 역겨운 새를 날아오르게 했다. 아, 나의 간절한 소망은 그때 어디로 달아나버렸던가?"-pp.195
     
      "나는 생명 넘치는 자를 발견할 때마다 힘의 의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시중드는 자의 의지에서도 주이이 되려는 의지를 발견했다."-pp.201
     
      "(학자들) 그들은 훌륭한 시계 장치다. 그러므로 조심해서 태엽을 제대로 감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깁없이 시간을 알려주고 아울러 다소곳한 소음도 들려준다."-pp.222
     
      "우리는 서로 너무도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서로 말이 없다. 우리는 서로 침묵을 지키며, 서로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소를 보낸다."-pp.291
     
      "진실하다는 것, 그렇게 될 수 있는 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는 자는 아직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착한 자들은 그렇게 되기가 가장 어렵다. 아, 이 착한 자들! 착한 자들은 결코 진리를 말하는 법이 없다. 정신에 있어서 이처럼 착하게 된다는 것은 일종의 병이다."-pp.355
     
      "그대들이 어디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을 앞으로 그대들의 명예로 삼아라! 그대들 자신을 넘어서서 가려는 그대들의 의지와 그대들의 발, 그것을 그대들의 새로운 명예로 삼아라!"-pp.359
     
      "내게는 있는가, 아직도 목표가? 나의 돛이 그곳으로 달려가는 항구가? 순풍은 불어오는가? 아,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아는 자만이 어떤 바람이 적당하고 어떤 바람이 자신의 순풍인지를 안다."-pp.480
     
      "이제 스스로 이 노래를 불러보라. 노래의 제목은 다시 한번이고, 노래의 의미는 모든 영원 속으로!이다."-pp.567
     
      "이것은 나의 아침이다. 나의 낮이 시작된다. 자, 솟아오르라, 솟아오르라, 그대 위대한 정오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어두운 산 위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태양처럼 타오르며 힘차게 그의 동굴을 떠났다.-pp.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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