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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미셸 투르니에
    문학 2012. 12. 25. 00:11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저자
    미셸 투르니에 지음
    출판사
    예담 | 2011-11-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새로운 시·공간으로 사유를 확장시키는 예술적 글쓰기!프랑스의 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놀이를 위한 책이다. 114개의 개념이 "생각의 거울"을 통해 옷을 하나씩 벗는다. 미셸 투르니에는 처음. 이 책으로 첫대면이다. 알지 못하는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기묘한 흥분이 내 심장을 사로잡는다. 그 다음 순서는 작가와 나의 대화─기싸움─에 따라 다르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얇은 책은 두 종류다. 하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며 30분 내로 읽을 수 있는 '간식용'. 하나는 문단 속의 문장, 문장 속의 단어, 단어와 행간 속에 숨은 이야기를 탐색해야 읽을 수 있는 '우주 식량용'. 이 책은 지구에서 시리우스까지 놀러갔다가 와도, 넉넉한 '우주 식량'이다.
     
      이 책을 소개 받은 것은, 즐겨 찾는 카페에 올라 온 서평에서였다. 작가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철학 전공 교수 자격 시험에 실패하고 나서 작가의 길로 들어선" 작가의 글. 번역자도 고백하고, 나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도 고백했다. 나도 고백한다. 철학에는 미안하지만, 문학─우리─에선 행운이다.
     
      신나는 상상력 놀이를 마친 기분이다. '이것과 저것' 형태로, 화두를 삼아 이야기를 이어간다. "남자와 여자, 사랑과 우정, 웃음과 눈물"에서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 신과 악마, 존재와 무"의 세계로 올라간다. 투르니에의 이 책은 파로스의 등대를 오르는 원형계단이었다. 모두 57개의 디딤돌이 놓여있는 원형계단을 한 발자국씩 옮기다보면,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처음 글자를 보고 의미 해석이 시작되면,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덥친다. 마음을 비우고 눈걸음을 옮기다보면, 친절한 손을 만나게 된다. 투르니에는 철학의 길을 옆에 끼고, 문학의 길을 걸으며 웃음을 짓고 있다. 말끔한 포장도로를 걷는 길은 아니지만,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면 손을 내민다.
     
      "생각의 거울"은 철학이고, 문학이고, 신화이고, 기호의 열쇠였다. 소설을 읽어가면, 늘 나타나는 상징들. 거리를 걸어도 마주치게 되는 상징들. 생활의 주변에서부터, 철학 강의실을 지나 카페테리아에서 나누는 "대화"가 "생각의 거울"이 된다.
     
      [개, 지하실, 정착민, 오른쪽, 신 ]과 [고양이, 다락방, 유목민, 왼쪽, 악마]의 왼쪽 항과 오른쪽 항 사이의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을까. 투르니에는 이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유사성과, 깨달음을 찾는 숙제를 내준다. 점수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 즐거운 놀이다.
     
      일차적 인간과 이차적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일차적 인간은 직관을 따르며, "영원한 현재의 젊음에 매혹되어 있다." 이 인간형은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다. 지적인가, 관능적인가 하는 소소한 것과 관계없다. 이차적 인간은 계산을 따른다.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참조"하며 살아가는 인간이고, 성실함은 자유 위에 존재한다. 두 인간형을 읽어가며, "조르바"와 "사마천"을 떠올렸다. 디오니소스의 혼란과, 열정, 그리고 육체와 영혼의 자유를 타고 다닌 조르바는 현재의 인간이었고, 과거를 자신의 벽돌로 삼아, 영원한 미래를 만들어 낸 사마천은 마음 속으로 한 없이 숨어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일차적 인간과 이차적 인간은 서로 끝없는 애증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다.
     
      생각하고 싶지만,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전이다.
      즐거운 놀이도감이다.
     
    <책에서>
     
      "사랑과 우정을 비교해 보면, 처음에는 사랑이 우세한 듯하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랑이 우정의 면전에서 누려온 이점들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특질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상호성이 없는 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pp.22
     
      "사냥과 낚시를 동시에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냥에는 뻐기는 행사를 통해 활짝 피어나는 공격성이 있다. 왕들은 모두 사냥꾼들이었다. 낚시는 신비와 침묵으로 둘러싸여 있다. 낚시꾼은 이차적인 사색적 인간이다."-pp.49~51
     

      "스푼과 포크는 각기 다른 축제 전야를 가지고 있다. 스푼은 길고 빛나는 크리스마스 저녁을 상징한다. 포크는 짧고 시끌벅적한 망년회 저녁을 관통한다."-p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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