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數的 환상(Numeral fantasy) / '평균'이라는 이름의 허구적 기만성.無序錄 2011. 12. 27. 18:55
[평균적인 한국인 어떻게 사나?]
- 통계청 자료로 본 한국인의 삶
미디어다음 / 구자홍 기자
라는 기사를 봤다.
'평균적인 한국인'은 과연 있나?
있는지 없는지 생각도 안하고, 그런 사람이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것까지 알려드나?
평균적인 한국인은 없다. 난 그것을 부정한다.
그들은 무슨 의도로 한국인의 '평균'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
그 기사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한국 근로자는 한주 평균 45.9시간 일하고, 한달에 203만8000원을 받는다. 또 하루 평균 227.9g의 쌀과 22.9g의 쇠고기, 47.4g의 돼지고기, 28.8g의 달걀을 소비하고, 19세 이상 성인은 연간 53ℓ의 맥주와 26ℓ의 소주, 5.3ℓ의 탁주를 마시고 하루 7.4개비의 담배를 태운다. 또 연간 6126kWh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두 사람 가운데 한사람은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한번 이상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73.4세, 여자는 80.4세까지 살다가 암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의 원인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 가구 대비 주택수인 주택보급율은 2002년 100.6%로 수치상 1가구 1주택 이상으로 올라선 이래 2003년 101.2%로 높아졌다. 2003년 자동차 등록대수는 1,458만7천대로 가구(전체 가구수 1251만5천)당 1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뭐가 '나타났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난 단정한다.
이 통계자료를 읽고, '아, 맞아 과연 그래. 역시 정확한 수치의 통계라 믿을만 하군'이라고 읊조리는 사람은 없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은 한국의 '평균인'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평균'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어떤 것의 '보편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이미 어느정도의 삶의 여건을 갖추고 있는 상태의, 경제적 또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위협을 받는 존재가 아니다.
통계적 수치는 일종의 환상이다.
한 사회의 지배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 '평균인'을 보면서 '그렇게 힘들게 사나?'하고 다른 세상 얘기로 취급할 것이다.
'월급이 그것밖에 안돼?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살아? 왜 위스키는 안마시지? 공연 관람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가족마다 차가 없이 살 수 있지? 우리집은 두 채인데...'
삶의 여유가 없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평균인'을 보면서, '나는 <보통> 사람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구나'하는 좌절감을 던져준다.
'일도 조금하고, 월급이 200만원이나 되는구나. 쇠고기, 돼지고기를 하루에 저만큼씩이라도 먹을 수 있었으면.. 극장에서 영화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언제즘 우리집을 갖게 될까. 자동차가 그렇게 많았구나...'
'평균적 숫자'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쪽의 비웃음과, 한 쪽의 절망만이 그 환상이라는 표지판의 목적지가 된다. '통계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분석'한 것을 '평균'한 결과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뢰, 믿을 수' 있다.이렇게 수적 환상에 빠져버린 개인들은 '평균'에 자신을 비추어보며 웃기도, 좌절하기도 한다.
떨쳐버리자.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200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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