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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부하는가 | 스즈키 코지비문학 2012. 1. 7. 15:55
- 왜 공부하는가
- 국내도서>청소년
- 저자 : 스즈키코지 / 양억관역
- 출판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07.06.18
태평양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배가 있다. 돛도 멀쩡하고 선원들도 충분하다. 나침반도 있고 해도도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배는 나아가지 않는다.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이유를 모르는 선장은 태평양을 맴돌다가 미아가 되고 만다.
“왜 공부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쉬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학생들이든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든, 아니면 학부모든.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지 못한다면 태평양을 맴도는 범선처럼 헤매고 만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 어른들은 그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묻지 않는 것 같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자신이 이 일을 왜 해야 하고, 하고난 뒤에는 어떤 이점이 있는지 확실히 안다면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물론이고,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학생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듯하다. 학생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어른들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정말로 태평양을 방황하는 범선처럼 이리 둥실, 저리 둥실 떠다니고만 있다.
이 책은 공포소설을 맛깔나게 쓰는 작가 스즈키 코지가 쓴 교육학 에세이다. 난데없이 <링>의 작가가 교육학 에세이인가―하고 생뚱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의외성을 가슴에 하나씩은 품고 있는 게 매력 아닌가. 짧은 책자에서 되풀이 되는 주장은 한결같다. 그리고 나의 교육철학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미디어가 내보내는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읽고 깊이 해석하는 것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한다. ‘리터러시Literacy’는 ‘학문(교육)이 있음, 읽고 쓰는 능력’이란 뜻이다. …… 무엇을 위해 공부하느냐고 묻는다면, 이해력·상상력·표현력을 높이고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 있다.” -p.21
내가 국어를 가르치려고 마음먹었던 그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 사람이 지적한 부분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과 유기적으로 연결 지을 수 있고, 자신의 언어로 자기 생각을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 그것을 통해서만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사회가 보다 더 복잡해지고 구조가 다양해질수록 ‘리터러시’의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이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파도에 휩쓸려 버릴 수도 있고, 파도를 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꿈꾸는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들 개개인이 이해력과 상상력, 표현력을 갖춘 비판적인 사람이 되어서 사회로부터 구속된 인간이 아닌, 자유의지로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는 해방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방황하고 있는 젊은 범선들을 발견한다면, 현명한 1등 항해사처럼 조용히 다가가 키를 잡아주고 싶다. 우리들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십만의 범선들은 목적지와 왜 가야하는가를 명확히 안다면 쏜살처럼 내달릴 수 있을 거라 나는 굳게 믿는다. 스즈키 코지는 “이걸 왜 배워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푸근히 웃으며 짤막한 답을 던지며 책을 맺었다.
“인류의 진보에 공헌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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