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12. 13 밤, 아이유를 보다 부끄러워졌다.無序錄 2011. 12. 31. 15:402011. 12. 13, <승승장구>에 "아이유"가 나왔다. 왠지 사람의 결이 곱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터라, 그의 이야기를 쭉 들었다. 즐거웠던 이야기부터 힘든 시간들, 그리고 지금과 앞으로의 소망까지. 방송이라 꾸밈이 있지 않을까-라고 의심하기조차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맑게 느껴졌다.18살을 넘기면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지적 능력은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들의 차이는, 성품의 타고난 결과 닦음의 노력 차이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와 나는 10년의 거리가 있다. 그런데 조약돌처럼 반질거리는 그의 결을 볼수록 내가 부끄러워진다. 품성의 결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더 많은 세월을 겪어냈다고 고와지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나의 20대는 이제 18일 남았다. 대한민국의 보통 사내아이들처럼 스무 살에 대학에 갔다. 운 좋게도, 부지런하고 헌신적인 부모님 덕분에 공부에만 집중할 수도 있었다. 5년 만에 대학을 마치고, 4년 동안 군생활을 했다. 도중에 아내를 만나 인연을 맺기도 했다. 그렇게 도착한 2011년 스물 아홉의 한 해. 십 년 동안 꿈꾸었던 국어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로 10개월을 보냈다. 결과는 아쉬운 탈락.2주는 넋을 놓았던 것 같다. 크게 좌절하지도, 분노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았지만 무기력했다. 오늘밤 아이유와 이수근의 이야기에, 문득 부끄러워졌다."떨어져도 괜찮아, 어차피 나는 가수가 될 거니까.""저는 개그맨 이수근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어디서든 나올 겁니다."나는 이렇게 여기지 못했다. 현실을 고려한다는 변명으로 항상 차선을 염두에 뒀다. 토크쇼를 보다가 광화문 거리에서 발가벗겨진 느낌을 받는 건 처음이다. 인정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2011년, 처음 치른 임용고사는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결국에 저는 국어교사가 될 것이지만, 조금 늦어지게 됐을 뿐입니다."서른이 되는 동안 이룬 것은 없지만, 좌절하지는 않겠다.부끄러워 하는 것도 그만두겠다.늦어진 덕분에 더 꼼꼼하게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