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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준비와 기본기에 대하여無序錄 2011. 12. 31. 15:39논술은 고등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잘 만들어진 선택형 문제도 고등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논술은 글을 읽고, 질문에 대한 답을 쓴다는 점에서 더 다양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 학생들은 문제를 읽고 4~5개의 답지에서 답을 골라내는 문제에 익숙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생각을 한 편의 글로 써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논술에 대해 막연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수능이 끝난 시점부터 논술학원이 흥행하는 것이겠지요.정말 큰 문제는 논술에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다른 평가 도구와는 다르게 논술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출제자가 제시한 질문과 자료를 읽고, 스스로 판단을 하고 주장을 만들고 근거를 찾아서 알기 쉽게 표현하는 과정입니다. 훈련해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논술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김이 샐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기도 합니다. 논술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논술'을 검색해서 이 글을 읽는 수험생이나 청소년이 있다면 우선 독서를 권하겠습니다. (물론 고3 학생이나, 수험생은 아니지요. 입시생은 바로 아래 문단은 건너 뛰셔도 좋습니다.)독서도 마구잡이식은 곤란합니다. 중학생이라면 한국 문학작품 위주로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단편소설, 고전소설, 시 등을 가리지 말고 읽어놓으면 배경지식이 탄탄해집니다. 만화로 재구성 된 책들도 좋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중국 고전소설들, <삼국지>나 <수호지>도 읽으면 좋습니다. 중3~고2까지는 현대소설과 인문/예술/사회/과학' 관련 서적을 권합니다. 수능과 대입 논술에 도움이 되는 현대소설은 몇 가지 기준을 두고 고를 수 있습니다.① 시대를 잘 드러내는 작품 : 일제시대 / 해방기 → 한국전쟁기(1950년대) → 산업화/민주화 시대(1960~)② 구성과 짜임이 특이한 작품③ 문체나 표현이 개성있는 작품위의 세 가지 기준을 두고, 선생님/선배의 도움을 받으면 될 듯합니다. 그리고 '인문/예술/사회/과학'을 나중에 권한 이유도 있습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입니다. 읽으면 그 이야기에 빠져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문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나, 게임, 만화나 드라마처럼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쉽게 빠져들기 어렵습니다. '비문학'은 '개념 이해'의 문제입니다. 개념은 어느정도 배경지식이 쌓여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생 때 '비문학'관련 지문을 읽고 문제 풀기가 어렵게 느껴지지요.비문학을 4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하면, ① 인문 ② 예술 ③ 사회 ④ 과학 순서입니다. 독서의 순서도 그렇습니다. ① 인문에는 다시 세 가지가 포함됩니다. 문학, 역사, 철학. 이 세 가지는 언제나 함께 움직입니다. 앞서 읽었던 단편소설과 고전소설은 시대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 겁니다. 청소년기에 읽는 단편소설은 대부분 개화기나 일제강점기에 쓰여진 작품입니다. '근대'에서 현대를 다루지요. 고전소설은 우리 전통의 과거를 다룹니다.고등학생이 되면 좀 더 세분해서 파악해야 합니다. 역사를 배우면서 고대-중세-근대의 시대를 이해하고, 시대와 문학작품을 자연스럽게 연관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 각 시대를 지배하는 철학을 확인하고, 어떤 특징이 어떻게 연결되어 다음 시대로 이어지는지 확인합니다. 이런 과정은 우리나라 문학/역사/철학에 끝나는 게 아니라, 서양의 문-사-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능이나 대입에서는 동서양의 문사철을 비교/대조해서 묻는 경우가 많지요.)② 예술은 사실 '인문'에 포함되는 범주입니다. '시/소설/수필/희곡'으로 나뉘는 문학과 '음악/미술/무용'으로 나뉘는 예술은 모두 인간의 정신을 표현하는 방법이지요. 차이점은 표현하는 재료가 무엇인가에 있습니다. '언어'와 '비언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도 인문(文史哲)과 함께 합니다. 예술 관련 교양서적을 읽을 때, 당시 시대 분위기와 화가, 작곡가의 처지를 생각해보면서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③ 사회 관련 서적은 범위가 다양하고 책도 많습니다. '정치/외교/복지/법' 등으로 분류되는 분야. 즉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 정답은 없습니다. 사람 관계에 정답이 있다면, '100분 토론'이나 '촛불시위' 같은 것은 없겠지요. 앞에 말했듯이 논술에도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관련 주제는 논술 문제로 출제하기 매우 좋습니다. 수험자의 가치관, 식견, 논리를 파악하기 쉬운 분야입니다. 그런데 '사회'를 ③번으로 둔 이유는, 그만큼 복잡하고 입장의 차이도 큰데다가 주제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①번 인문학을 대강이라도 섭렵해야 '가치관, 식견, 논리'를 갖출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입장이 어느정도 있어야, '사회' 분야를 읽고 판단할 수 있지요.마지막은 ④번 과학입니다. 과학만큼 깔끔한 것도 드뭅니다. 과학은 답이 있거나, 없습니다. 가장 최신의 과학적 지식을 알고, 그 전에 잘못된 지식이 무엇이었나 하는 정도만 알면 됩니다. 논술에서 과학분야가 문제되는 경우는, 자료로 제시되는 글에 담긴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과학 분야는 대체로 읽고 해석해서 쓰는 것과, 다른 분야와 관련지어 쓰는 경우입니다. 과학의 발전이 철학, 사회의 변화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적 지식'을 아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인문-사회 분야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최근에는 창의력을 묻는 문제도 눈에 뜨입니다. 연세대에서 출제한 문제 중에, "2040년에 세종대왕이 외계인을 만나면 어떤 대화를 할 지 구성하시오."(기사)라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습니다. 논술의 기본적인 과정은 아래 7단계로 추릴 수 있습니다.① 문제를 읽으며 질문을 찾는다.② 이해한 질문을 단순-명료화 시킨다.③ 자신의 답을 개략적으로 적어둔다.④ 질문을 고려하며 제시된 자료를 읽는다.⑤ 자신의 답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 체크한다.⑥ 간략한 개요/메모를 작성한다.⑦ 주어진 조건에 맞게 글을 쓴다.구체적인 기술은 더 있지만, 글 한편으로 습득하기엔 어렵습니다. 다만, 꼭 알아야 할 점은 '창의적으로 쓴다고 해서 구름타고 별따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논술은 다른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서 설득하거나 설명하는 글입니다. 연세대에서 출제한 문제를 보면 아래처럼 분석됩니다."2040년에 세종대왕이 외계인을 만나면 어떤 대화를 할 지 구성하시오."1. 2040년 : 아주 멀지 않은 미래, 과학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시대2. 세종대왕 : 한글을 창제한 왕, 언어학적 지식과 과학적 지식이 뛰어났고, 백성을 사랑했다.3. 외계인 : 우주 생명체, 인간보다 과학이 월등하게 발달했을 것으로 추측4. 세종대왕과 외계인의 만남과 대화 : 말이 어떻게 통할까, 둘의 관심사는 무엇일까5. 대화를 구성 : 서로 대화하는 태도는 어떻게 될까, 대화를 만드는 구성력과 표현력이 필요함1, 2, 3번은 정보를 제시한 내용입니다. 4, 5번이 스스로 생각해서 정해야하는 부분이자, 문제의 핵심입니다. 수험생은 1~3번의 힌트에서 연상과 추론이 가능한 모든 배경지식을 끌어내야 합니다. 예를 들면, 2040년 지구 문명은 과학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 장거리 우주여행은 어렵습니다. 세종대왕과 외계인이 만나면 의사소통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세종대왕은 언어학적 지식이 풍부하고, 과학에 대한 조예도 깊습니다. 2040년에는 우리의 과학기술도 발전했을 것이기 때문에, ①세종대왕은 외계인의 언어를 '소리/의미/문법'으로 나누어 컴퓨터를 통해 분석하고 자동변역기를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②세종대왕은 과학적 호기심과 보통사람들의 삶에 대해 외계인에게 물어보겠지요. 여행 중인 외계인이라면 세종대왕에게 한국의 관광지를 물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③서로가 묻고 답하고, 안내하는 대화는 친절하게 이루어지겠지요.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자유롭게 하되, 제시된 정보에서 연상과 추론이 가능한 것을 근거로 삼아야 합니다. 물론 친절하게 긴 제시문을 줄 때는 자기가 생각한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내용을 체크하며 읽어야 합니다. 제공하는 자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맞다고 인정할 수 있는 답의 폭을 줄이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꼭 지문의 내용을 인용해서 주장해야 합니다.1000~2000자의 길이를 한 순간에 주르륵 써내는 건 정말 힘겨운 일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메모와 개요입니다. 평소 글쓰기에 자신이 있다면, 간략한 메모를 통해서도 체계가 잡힌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하다면 쓰려고 했던 이야기를 빠트리거나 뒤죽박죽으로 쓰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분석하고, 자료를 읽으면서 근거로 쓸 내용을 추린 뒤, 개요를 작성하는 일이 필요합니다.개요 작성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설명하면 아래처럼 됩니다.□ 문제확인 10% (도입부, 개념 정의 및 전개방향 설정)□ 주장1. 35% (중심문장)ㅇ 근거1. (뒷받침 문장, 자료에서 인용한 문장 포함)ㅇ 근거2.□ 주장2. 35% (중심문장)ㅇ 근거1. (뒷받침 문장, 자료에서 인용한 문장 포함)ㅇ 근거2.□ 결론 20% (마무리, 경우에 따라 없을 수도 있음, 주장에 대한 요약)개요 작성이 끝나고 실제 답안을 작성할 때는 6가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①문장호응글을 바쁘게 쓰다보면 자신에게만 친절하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문장이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이 생기기 쉽지요. 문장에 주어가 없거나,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주어와 서술어가 어긋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에는 깨닫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다 쓴 뒤에 반드시 읽어보며 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예방하려면 문장을 짧게 쓰는 게 좋지요.②접속어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하지만, 반면에 등등.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고 문단을 연결하는 접속어의 사용은 글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글의 응집성과 통일성을 높여주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하므로, 답안 작성할 때 고려하세요.③표지논술 답안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도구입니다. "우선, 다음으로, 또한, 끝으로" 따위와 "첫째, 둘째, 셋째"부류가 있습니다. 본문의 시작을 중심문장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뒤이서 뒷받침 내용을 첫째, 둘째로 차례로 언급하면 굉장히 논리적이고 명료해집니다. 작성한 개요라는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방법으로 쓰면 아주 적절합니다.④맞춤법/띄어쓰기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적어도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간의 국어 교육을 받은 사람입니다. 일단 논술에서 내용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리는 답안에 대해 채점자가 좋은 인상을 받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방법이 바로 '논술'과 '보고서'라는 글쓰기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반드시 신경써야 합니다.⑤글씨체글씨체는 "+알파"의 영역입니다. 내용이 훌륭하더라도 글씨를 못 알아보게 쓴다면 좋지 않겠지요.⑥시간반드시 준수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답안을 작성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답안 작성을 마치고, 한 번 이상 읽고 검토/수정할 수 있는 여유 시간도 확보해야 합니다.뉴스와 신문기사에서 논술에 대한 부담감만 심어주고, 정작 학생과 수험생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가 없어서 이 글을 씁니다. 수험생과 수험생의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조급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위에서 말한 7가지 기술과 6가지 고려사항은 연습을 통해 단시간에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수험생들에게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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