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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터 팬 | 제임스 매튜 배리
    문학 2012. 12. 25. 00:46




    피터 팬

    저자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출판사
    시공주니어 | 2005-11-29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꼼꼼한 완역이 눈에 뛰는 세계 명작『네버랜드 클래식』시리즈 제2...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꿈꾸는 아이들만 갈 수 있는 그곳에는 피터 팬이 살고 있다. 언제나 현실에만 충실한 그 친구는 시간과 꽤 멀리 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본다. 네버랜드에서 사는 피터 팬은 반짝이 가루를 뿌리고 하늘을 마음껏 날 수도 있고 해적들을 해치우며 신나는 모험도 하지만, 얄궂은 면이 있는 녀석이었다. 아마도 이 녀석이 요즘 학교에 들어간다면, 왕따는 맡아둔 게 분명할 거다.
     
      현재에 충실한 사람에게 과거는 의미가 없다. 어린이에게 과거는 순식간에 잊혀진다. 아이가 손에 막대사탕을 쥐고 먹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막대사탕을 계속 더 주면, 아이는 맛있게 먹고 있던 사탕을 놓고는, 새로운 사탕을 덥썩 받아든다. 손에서 놓인 막대사탕은 더 이상 현재의 것이 아니기에, 이 어린이에게는 과거의 것이 되고, 순식간에 잊혀진다. 오로지 지금 먹고 있는 사탕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어린이.
     
      과거를 떠올리고, 옛날을 기억하는 어린이는 어린이가 아니다. 웬디처럼 순식간에 어른이 되어버린다. 더 이상 날 수도 없고, 가짜 음식을 먹으면서 뿌듯해할 수도 없다.
     
      요즘 세상이 좀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태어나는 요정의 수가 줄어들어선지도 모르겠다. 요정은 갓난아기의 첫 웃음이 부서지면서 태어난다. 아기가 태어나는 일조차 많이 줄었고, 요정을 믿지 않는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조차 믿지 않는 세상이니까. 21세기는 요정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다.
     
      어릴 적에 만화를 보면서, 후크 선장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후크>를 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좀 더 커서 후크를 보고는, 그 생각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알았지만 후크 선장의 속마음을 알기엔 2%씩 부족했었다.
     
      최근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완역판"에 대한 열풍은 나를 들뜨게 만든다. 읽지 않았던, 또는 예전에 부실한 번역 때문에 실망했던 작품들을 다시 찾아 읽는 맛이 나를 흥분시킨다. <80일간의 세계일주>도 그랬고, <걸리버 여행기>도 그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더, <피터 팬>은 흥미로웠다. 완역. 죽어있던 인물에게 생명을 되찾아 주는 작업이란 느낌이 든다. 시공주니어에서 출판한 <피터 팬>은 내 기억 속에 죽어있던 후크를 되살려 놓았다. 안타까운 어른의 모습으로.
     
      작가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도 얼핏 느껴지는 완역. 날지 못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고, 요정을 믿는 아이들이 읽는다면 더욱 좋을 동화다. 애트웰의 원작 삽화는 괜히 한 번 더 책을 들추게 만들 것 같은 기분이다.
     
     
    <책에서>
     
      "있잖아, 웬디. 갓난아기가 처음으로 웃으면, 그 웃음이 수천 개 조각으로 쪼개져서 이리저리 통통통통 뛰어다녀. 그게 요정으로 변하는 거야."
      "그러니까 원래는 아이들 수만큼 요정들이 있어야 해."
      "요즘 애들이 얼마나 똑독한지. 그래서 곧 세상에 요정이 있다는 것을 안 믿게 돼. 그래서 아이 하나가 '난 요정 안 믿어.'라고 말할 때마다, 요정이 하나씩 쓰러져 죽게 되지."
     -p.52
     
      고요한 밤이면, 후크는 갑판에서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기분에 자주 빠져들곤 했다. 사실 그는 매우 외로운 사람이었다. 이 수수께끼 같은 사나이는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오히려 더 진한 외로움을 느꼈다.
      품격! 지금은 비록 해적질을 하는 신세지만, 후크는 여전히 품격을 생명처럼 여겼다.
     -p.211
     
      "서둘러, 팅크. 창문을 닫고 잠가 버려. 잘 했어. 이제 우리는 문으로 나가자. 곧 웬디가 와서 보면, 엄마가 들어오지 못하게 창문을 잠갔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면 나와 함께 돌아갈 수밖에 없을 거야."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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