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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의 교육 | 로맹 가리
    문학 2012. 12. 25. 00:55




    유럽의 교육

    저자
    로맹 가리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03-04-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쟁이라는 불행에 맞서는 열네 살 소년이 던지는 평화의 메시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교육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인간이란 종족은 정말 연약한 젖먹이 동물이다. 다른 포유동물과 다르게 보호기간이 엄청나게 길다. 그 어마어마한 보호 기간 동안, 어린 사람은 교육을 받게 된다. 어느 쪽으로든 강인한 모습을 갖추도록 강요받으며 십 년을 넘게 교육받는다. 한 개체의 정신을 지배할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교육은 때론 두려워지기도 한다.


    #1. “중요한 것은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의 모든 부분에서 배어나는 한 마디였다. 사랑, 배려, 자비, 평화 같은 것들은 굉장히 연약하다. 전쟁 통에서는 전혀 무가치한―또는 선전의 유효성에 견주어 가치 있는―개념들로 몰락한다. 정말로 몰락할까.


      세계대전은 거센 바람이었다. 세계 사람들이 여태껏 많은 노력과 인내를 통해 피워낸 민들레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여름은 지나갔고, 2차 세계대전으로 강풍이 불어왔다. 바람은 민들레 홀씨를 퍼뜨렸지만, 겨울을 이내 몰고 왔다. 끝없이 내리는 눈처럼, 두개골 속까지 꽝꽝 얼려버릴 만큼 차가운 기온처럼 대포소리가 울렸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자꾸만 생각났고, 숲에서 울리는 영원한 속삭임 속에서까지 그 말이 떠올랐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그것은 참 이상한 말이었다. -p.60


      14세의 주인공 얀 트바르도브스키는 겨울을 버텨낸 민들레 홀씨였다.



    #2. 유럽, 문명의 요람이자 무덤.


      20세기 이후의 유럽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뛰어난 과학 기술과, 탁월한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대학이 숨 쉬는 땅이었다. 철학이 발달하고, 합리적인 사고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때, 어안이 벙벙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전쟁.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세계대전이.


      “유럽의 대학들은 문명의 요람이었지. 하지만 또 다른 종류의 유럽의 교육도 있단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받고 있는 교육이지. 총살 집행반, 구속, 고문, 강간,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모든 것의 파괴. 암흑의 시절이지.” -p.93

     

      세계의 겨울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3. 판도라의 도움 : 헛되지 않은 희망


      열네 살의 소년은 1년 동안의 빨치산 활동을 겪으며 교육을 받게 된다. 스케이트를 어설프게 타던 독일군 병사를 총으로 쏴 죽이고, 야네크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 유럽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하고 만다. 다른 한 사람이 등장한다. 희망을 노래하는 빨치산 도브란스키. 그는 글을 쓰며, 전쟁의 겨울이 지나면 민들레가 곳곳에서 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전쟁의 끝을 목격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도브란스키는, 희망을 계속 잇는 사람으로 야네크를 지목한다. 절망에 빠져있는 야네크와 희망을 노래하는 도브란스키. 유럽의 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몫은, 어디까지나 학생에게 있는 것 같다.


      전쟁은 끝났고, 폴란드는 독립국이 되었으며 올해 봄에도 민들레는 피었다. 내년에도 민들레는 노란 머리채를 흩날리면서 피어날 테다.

     


    <책에서>


     

      “사람들은 서로 멋진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이어 그 이야기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지. 그들은 그로써 신화가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유, 존엄성, 형제애, 인간으로서의 명예. 우리 또한 이 숲에서 동화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있는 거야.” -p.76


      절망은 어디에나 떠돌고 있어. 옛날부터, 인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p.78


      그냥 한 인간이었지. 그는 마음속에 있는 인간성의 호소에 설복당해 결국 독일 병사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린 거였어. 하지만 우리는 그것밖에, 그 꼬리표밖에 볼 줄 몰랐지. -p.80


      “우리는 지금 글라이더 활공 중이야.” 그가 이렇게 기분을 표현한다. -p.128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랑하고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뿐인데, 평화롭게 사랑하는 것, 굶어 죽지 않는 것, 얼어 죽지 않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지구는 둥글며 자전한다든가, 맞춤법이 어떻게 된다든가 하는 것 등 제 나이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다 깨우치는 것보다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p.194


      그때 문득 야네크에게는 인간 세상이 어떤 거대한 자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먼 채 꿈만 꾸는 감자들이, 자루 속에서 무정형의 덩어리를 이루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인간성이라는 것이었다. -p.269


      불사, 무적의 대장, 절대로 적의 손에 잡히지 않고, 그 어떤 방법으로도 체포되지 않는 대장. 어둠 속에 있을 때 용기를 내기 위해 노래를 부르듯이,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신화를 창조해냈던 거야. -p.271


      인간은 결코 패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일렁이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었다. -p.272

     

     

    “너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어째서?”

    “왜냐하면 너는 불행하니까.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는 그 무엇도 너를 불행하게 하지 못해. 알겠지. 나도 대단한 걸 배웠어.”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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