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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 | 가네시로 가즈키
    문학 2012. 12. 24. 23:40




    GO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출판사
    북폴리오 | 2006-02-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재일동포 3세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가네시로 가즈키 자전적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GO의 첫 페이지에 실린 것을 재인용.
     
      어제였다. 습관적으로 들어가서 글을 읽고 나오는 카페에 들어가서, 서평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걸렸다. 『장미의 이름』에 대해 쓴 서평을 읽었다. 서평자가 남겨놓은 물음이, 나의 주파수와 맞았다. "왜 제목이 장미의 이름일까". 이름, 명찰, 구분, 존재, 암시, 기호, 코드... 또 걷잡을 수 없는 내 망상이 나를 사로잡았다.
     
      오늘 낮. 상쾌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딱히 즐거울 것이라곤 없다. 백수의 놀이터─도서관─를 향해 현관을 제꼈다. 손에는 『GO』를 들고. 하루에 한 권. 가네시로 이 작자의 손놀림에 넘어갔다. '더 좀비스'의 유쾌한 장난을 졸업하고, 그의 첫 장편을 손에 들었다.
     
      학교에 들어가면, 우리는 내 것에 이름표 붙이기를 시작한다. 빨간색 테두리가 숨막히게 하는 견출지를 사서, '1-3 정원사'라고 곱게 써서 열두 색깔 색연필의 꽁지에 붙인다. 그 표딱지를 좀 더 오래 붙여 놓고 싶어서, 스카치테이프로 다시 곱게 붙인다. 그땐 왜 몰랐을까. 그렇게 교육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사회와 국가가 견출지에 내가 다닌 학교와, 학력을 적어서 이마에 붙일 줄을.
     
      겪지 않으면, 곁에서 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려 놓은 이미지를 그대로 내 생각인양 받아 먹는다. 나에겐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그랬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견출지가 상징하는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는, 미국처럼 그 나라 땅에서 태어나면, 무조건 그 나라 국적으로 갖게 되는 줄 알았다. 재일 교포도 '잘 사는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이란 이미지도 그렇게 나는 먹었다. 그러다 TV에서 재일교포들이 겪고 있는 차별을 접하게 되고, 가네시로라는 작가를 접하게 되고나서 생각했다. '사람들이 붙이고 있는 견출지는 무슨 권리로 그렇게 마구 떼어 붙이는 거지?'
     
      이 이야기는 재일 조선인을 부모로 둔, 교포 3세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국적은 견출지와 같았다. 언제든 갈아 엎을 수 있는 그것. 일본 사회가 붙여 놓은 '재일(在日)'이라는 견출지란 기호가 상징하고 있는 의미를 꽤 생생한 이야기로 풀고 있다. '순수 일본인'일 가능성도 높지 않으면서, 중국인, 한국인, 대만인에게 '더러운 피를 가진 인간'이라 외치는 일본, 일본인. 그들은 아직도 제국을 꿈꾸는가. 조작된 이미지로 선전을 제대로 한다.
     
      이름과 학년, 반을 견출지에 백번 써서 붙여봐라. 그 색연필이 '자기만의 것'이 되나. 색연필 공장에서 똑같이 만들어진 색연필이 이 땅에 부지기수다. 견출지를 떼 봐라.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색연필이 될테다.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내 머리에 담긴 이미지를 다시 만들었다. 견출지의 위력과 위험성을 새삼 느꼈다. 이제 함부로 이름 붙이지 않겠다.
     
    <책에서>
     
    "우리들은 나라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pp.81
     
    "……오직 한 사람의 여자로 거슬러 올라가면 되잖아. 그리고 오직 한 사람의 여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국적도, 무슨무슨 인이라는 구별도 없었어.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그 자유로웠던 시대의 그냥 자손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pp.101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도록 나락을 들여보다 보면 나락 또한 내 쪽을 들여다보는 법' -니체의 이야기

    -p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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