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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피드 | 가네시로 가즈키
    문학 2012. 12. 24. 23:38




    SPEED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출판사
    북폴리오 | 2006-02-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레벌루션 No. 3,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 이은 '더 좀비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더 좀비스'의 맥을 잇는 그녀. 오카모토 가나코. 가을은 변화의 계절이다. 온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려는 태양의 이글거림도 꺾였다. 지루하고 우울하던 장마도 지나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청신한 바람이 불어오는 11월의 이야기다. 이 책은 읽은 게 8월의 세 번째 주로 접어드는 일요일. 마지막 책장을 덮자, 그 바람이 그리워졌다.
     
      가네시로의 '더 좀비스' 이야기 세 권은 모두 넓은 세상을 말하지 않는다. 흔히 경계하게 되는 문제학생들─정학을 잘 먹는 고삐리─은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매트릭스의 입구에서 모피어스가 내미는 알약을 받아 먹고, 트러블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좀비들. 스스로 놀랄 정도로, 씨익하고 웃는 나를 발견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는 건 기분 나쁘다. 스토커, 강간, 성추행 같은 아랫도리 문제들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테고, 권력과 돈에 관련된 커다란 범죄들도 여전할테다. 행동하는 인간을 붙들어 맬 수 없다. 죽일 수는 있지만, 족쇄를 채울 수 없다. 이 짧고 호쾌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즐거웠다. 행동하는 좀비들은 '정상적인 인간들'이 만든 족쇄로 가둬 둘 수 없었다.
     
      이야기의 중심은 가나코에게 소중한 언니의 죽음이다. 그 죽음을 둘러싸고 있는 미심쩍은 사건들이 가나코를 고민하게 하고, 또 '우연히' 개입하게 된 '더 좀비스'는 재미난 웃음을 날린다. 모범생이라면 생각도 못할 방법들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 가는 고삐리들의 모습을 보는 내 눈은 즐거웠다. 맹목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었지만, 두근거리는 심장은 좀비들을 향했다.
     
      가네시로의 문체는 힘이 있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가볍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랑죠를 운전하고, 철인28호를 운전하는 꼬맹이들이 고교생이 되어 벌이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가벼움 속에 담긴 세상을 향한 외침은 꽤 의미 있는 외침이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한 밤의 도로 위에서 빨간 신호등을 보며 파블로프의 개처럼 멈춰서는 게 인간은 아닐 것이다.
     
      기분 좋은 성장&모험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본 기분이다. 가네시로의 '더 좀비스'가 종종 그리워질 것 같다.
     
     "'2÷2=1'이라는 답을 적어놓고도 불안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pp.35
     
      그 순간, 난 알았지. 알면서도 입을 다물어버리는 애들은 스스로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패배자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일류 대학에 들어갈 정도니까 늘 위를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고 배웠을 거야. 그리고 그 위에 자기보다 더 뛰어난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마는 거지.
    -pp.114
     
      아기가 갑자기 액셀러레이터를 밟더니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렸다.
      "빨간 신호였어. 못 봤어?"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알았어. 차도 사람도 없는데 왜 서 있어야 하지?"
    -pp.181
     
      그애들도 처음부터 터프하지는 않았어. 하늘을 날려다가 몇 번이고 추락하고, 누군가에게 날개를 잡히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강해져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에 가까워져 가는 거야.
    -pp.276
     

      아기 어머니의 저 이야기는 가네시로의 설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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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oem_정원사_책들이 있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