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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 가네시로 가즈키문학 2012. 12. 24. 23:33"언제까지 누워 있을 거야!일어나, 내일을 위해 파괴와 재구축을 시작해야지."2006년 8월 18일. 오늘은 바람이 살아났습니다. 뭉게뭉게 모이던 구름들이 한 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나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가는 구름을 보며 부러웠습니다. 쳇. 날아라. 그래, 그렇게 나를 굽어보고 날아가라. 스믈스믈 올라오는 시기와 질투.마흔일곱의 샐러리맨 아저씨. 이름은 스즈키 하지메. 아침에 집을 나서며 봤던 구름처럼 떠올랐습니다. 마흔일곱의 아저씨. 둥실둥실한 똥배가 나온 지쳐있는 아저씨. 슬며시 웃고는, 계속 책장을 넘깁니다. 그 아저씨가 내 머리 위에 구름처럼 동동 떠서 얘기를 풀어 놓습니다. 여름에 있던 일이었습니다. 아저씨의 사랑하는 외동딸이 고교 복싱 챔피언에게 맞았습니다. 똥배 아저씨는 화가 났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 때문에. 한 사건을 지나며, 우연히 '더 좀비스'★를 만나게 됩니다.내 친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박순신'이란 재일 한국인에게 '무예'를 사사받는 아저씨. 그 아저씨는 9월 1일을 기약하고, 몸을 다져갑니다. 사랑하는 딸을 때린, 고교 권투 챔피언을 때려 눕기히 위해서. 얼추 한 달 동안의 일을 회상합니다. 남은 분량이 점점 줄어가면서, 똥배 아저씨의 구름이 점점 근육질의 탄탄한 아저씨도 바뀌어 갔습니다. 그리고 내 심장도 뛰기 시작했습니다. 박순신의 외침들이 콕콕 찔러댔습니다.한 점을 찍습니다. 그리고 그 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립니다. 반경 1미터의 원을. 그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그 원을 당연한 울타리처럼 생각합니다. 그 원을 벗어나면, 이 세상은 모두가 두려운 것이 됩니다. 똥배 아저씨도 그 안에 서 있었고, 나도 그 안에 서 있습니다. 박순신은 그 원 밖에서 손짓을 합니다. "언제까지 누워 있을 거야! 일어나, 내일을 위해 파괴와 재구축을 시작해야지."인간의 이성이 언제나 완전무결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사람은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일 수 있습니다.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언제나 '위에 계신 분들'입니다. 석유 때문에 죽이고, 땅 때문에 죽이고, 돈 때문에 죽이고. 그러나 동물들은 아무리 포식자라 해도, 배가 고프지 않으면 죽이지 않습니다. 동물의 이성이 인간의 이성보다 나은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그리고 미국이 떠올랐다면 내 망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세 나라의 국기와 버섯 구름이 머리 위에 뭉게뭉게 떠오릅니다.딴지가 걸고 싶어집니다. '박순신' 이 녀석은 고등학생 맞는지. 마흔일곱 아저씨에게 허물이 전혀 없습니다. '~요'는 10년 전에 국에 말아 먹었나 봅니다. 그래도 하는 말마다 가슴을 파고 드는지. 그 말투마저 달아오르게 만들고 맙니다."그냥 숫자만 채우려 하면 안 돼. 상상을 하면서 움직여. 우리는 인간이지 기계가 아냐!"-110쪽"자신의 힘을 과신하면 넘어지는 법이야. 그 앞에는 두 가지 패턴밖에 없어. 무서워서 어떤 선을 그어두고 그 안에서 머물든지, 포기하지 않고 한계 이상을 추구하든지."- 157"몇 번이라도 넘어져서 중력을 철저히 안 다음, 천천히 길들이면 돼. 그러면 하늘이라도 날 수 있어."-157"어떤 사람이라도 싸울 때는 고독해. 그래서 고독마저도 상상을 해봐. 그리고 불안이나 고뇌가 없는 인간은 노력하지 않는 인간일 뿐이야. 정말 강해지고 싶으면 고독이나 불안, 고뇌를 물리치는 방법을 상상하고, 배워보는 거야. 자기 힘으로. '높은 곳에는 타인의 힘으로올라가서는 안 된다. 남의 등에 머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184유쾌합니다. 상쾌합니다. 주인공이 이기는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고난을 이겨내는 소시민의 모습은 뿌듯합니다. 패배주의자의 안식처라 비난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즐거운 걸요. 상상을 하거든요. 우리는 인간이지 기계가 아니거든요.
★ 더 좀비스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전작, <레벌루션 No.3>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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