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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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서 시작하는 비극의 희극화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을 중심으로無序錄 2013. 4. 20. 13:33
1. 불안의 종류 1.1. 비교 불안 1.2. 관계 불안 1.2.1. 사람과 맺는 관계에서 오는 불안 1.2.1.1. 협동적 집단(Gemeinschaft) : 인정과 공유 1.2.1.2. 이익집단(Gesellschaft) : 선택과 갈등 1.2.2. 사물과 맺는 관계에서 오는 불안 : 목적과 수단 1.3. 존재 불안 1.3.1. 생명의 위협 1.3.2. 존재 가능성의 차단 1.3.2.1. 시간과 공간 1.3.2.2. 이미 존재하는 세계2. 불안을 막는 장치 2.1. 합리화 : 비교 불안의 해소법 2.2. 사랑 : 이익집단에서 협력집단으로 회귀 2.3. 반성 : 물건과 나의 관계 돌이켜보기 2.4. 망각 : 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의 몸부림3. 맺음 : 불안과 자각. 가능성의 최대화.4. 관련서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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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江건너기無序錄 2012. 5. 26. 19:20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은 전혀 알 수 없다. 어제는 아내 퇴근길에 같이 장을 보고 돌아왔는데, 함께 얘기를 하다가 직장 동료의 집안 내력에 대해 말이 나왔다. 그 집 어른들 중에는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큰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심하며 있던 차에 어른 중에 또 한 분이 뇌졸중으로 돌아가셔서 같은 장례식장 위-아래층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를 했다. 아내와 함께 탄식을 하며, '인생 한순간이구나'를 연방 내뱉었다. 그러다 오늘, 가사 작품을 읽다가 에 문득 눈에 걸리는 구절이 있었다. "우리 님 가신 後는 므슴 弱水 가렷관대, 오거니 가거니 소식조차 그첫는고" 가만히 누우면 몸이 둥둥 뜨는 사해(死海)와는 반대로, 약수(弱水)는 부력이 없어서 나뭇잎조차 가라앉는다는 전설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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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3 밤, 아이유를 보다 부끄러워졌다.無序錄 2011. 12. 31. 15:40
2011. 12. 13, 에 "아이유"가 나왔다. 왠지 사람의 결이 곱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터라, 그의 이야기를 쭉 들었다. 즐거웠던 이야기부터 힘든 시간들, 그리고 지금과 앞으로의 소망까지. 방송이라 꾸밈이 있지 않을까-라고 의심하기조차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맑게 느껴졌다. 18살을 넘기면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지적 능력은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들의 차이는, 성품의 타고난 결과 닦음의 노력 차이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와 나는 10년의 거리가 있다. 그런데 조약돌처럼 반질거리는 그의 결을 볼수록 내가 부끄러워진다. 품성의 결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더 많은 세월을 겪어냈다고 고와지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나의 20대는 이제 18일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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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새로운 준비를 위한 의식無序錄 2011. 12. 31. 15:33
아침에 출근하러 길을 나서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군에 들어오면서 시작한 하늘 쳐다보기는 어느새 습관이 되어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의 태양도 이제 한풀 꺾였고, 언제오나 기다리던 가을이 코 앞까지 찾아 들어와 있었다. 부대전출 명령이 떨어졌다. 소위로 임관해서 이곳에 온지 2년. 동기들의 대부분과 대다수의 후배들은 소대장으로, 대대급 참모로 군생활을 정리할 참이다. 연대 교육장교직을 마무리 하고, 전역 준비를 하려던 순간에 다시 옮겨가라는 명령. 딱 두 가지가 떠올랐다. 여자친구와 커피. 미안했다. 마냥 남자친구 군에 있으니 기다리라는 쿨한 모습을 보이기에는 너무 미안했다. 며칠이나 머릿속이 하얗게 바랬다. 여자친구도 나도. 업무가 일찍 끝난 오전, 숟가락으로 삽질하듯 입으로 밥과 국을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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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치 한 병에 담긴 주절거림無序錄 2011. 12. 31. 15:29
퇴근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대학 다니던 시절, 술은 마시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는 않아서 마시기 시작한 "후치" 오렌지. 편의점 통로를 서성이며 간식거리를 찾다가 냉장고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그래, 오랜만이다. 마시고 편하게 자자.' 홍대 앞 클럽에 드나들며 사마셨던 6~7천원 그 가느다란 것이 삼천 원이다. 세월이 나의 마음까지 갉았나 보다. 싼 것에 눈과 마음이 움직인다. 샴푸와 칫솔, 그리고 후치 오렌지 한 병을 계산한 뒤에 서류 가방에 찔러 넣었다. "안녕히 계세요." 또 언제 볼지 모르는 아르바이터에게 약간의 진심이 담긴 인사를 남기고 문을 닫았다. 집까지 걸어들어가며 옛 생각에 잠겼다. 그저 무턱대고 노래가 좋고 친구가 좋아 밤을 낮 삼아 뛰다니던 그때가 떠올랐다. 톡 쏘는 탄산과 알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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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 커피에 담그기.無序錄 2011. 12. 31. 15:24
봄입니다. 나긋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던 하루였습니다. 3월에 불던 바람은 아직 겨울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굳게 만드는 바람이었습니다. 적어도 내 마음과 또 한 사람의 마음은 꽁꽁 얼어버린 겨울이었습니다. 겨울의 입장에서는 아주 성공적인 한철이었네요. 비가 내렸습니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세상에 가득했던 먼지를 닦아줄만큼 내렸습니다. 아스팔트에 닿아 튀어오르고 터지는 빗방울을 보며 생각합니다. 비 비린내가 가득한 종로 거리, 그 거리를 두 손 잡고 천천히 거닐던 시간. 그리고 따뜻한 커피 두 잔과 몇 시간의 행복한 대화. 커피는 내게 아주 특별합니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두 커피를 싫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함께한 시간이 점점 많아질수록 그들은 나처럼 드립커피를 향해 손을 뻗었고 입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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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으로 가는 길.無序錄 2011. 12. 31. 15:19
비가 내린다. 차창 건너편으로 다른 차가 보인다. 내달리는 바퀴에 물안개가 휘감아 돈다. 고개를 돌려 앞을 봤다. 빗방울이 “투두두둑” 떨어지며 내 신경을 깨운다. 삐걱거리는 와이퍼는 한없이 두 팔을 흔들고 있었다. 지금 나는 서울에서 경상북도 영천으로 시속 100km의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만 24년의 내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 밤새 뒤척였다. 일찍 잠들려했지만, 심장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인지 불안인지 모를 기묘한 두근거림으로 나를 괴롭혔다. 예언은 이루어지고 만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난 나는 오이디푸스였다. 나에게 입대는 오이디푸스에게 내려진 델포이의 신탁과 같은 무게로 다가왔다.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떨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에는 그 운명의 궤를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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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 잡소리無序錄 2011. 12. 31. 15:13
반짝이는 햇볕이 내 기분을 좋게 해줬어. 어제 밤까지만 해도 답답했던 마음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듯 시원했고 말야. 늦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이상하게 느긋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너는 그 느낌을 아니? 귀찮게 울려대는 손전화 알람을 꺼버리고 이불을 걷어 차버렸어. 동서남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는 머리카락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눈도 덜 뜬 채 욕실로 걸었지. 아마, 네가 내 모습을 봤다면, 몽유병 환자로 착각했을 거야. 손을 더듬어서 칫솔과 치약을 찾았어. 보지 않고 치약을 짜서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양을 칫솔에 묻혀버렸더라. 눈을 빼꼼히 뜨고, 세면대에 칫솔을 올려 놓았어. 그리고 나선,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샤워기를 틀었지. 거기까지가 내 오른쪽 눈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