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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비문학 2012. 10. 28. 15:49
인상깊은 구절
젊은과 나이 듦의 장점이 서로 만나고 섞이기 시작하는 나이인 서른의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어떤 것이든 당신의 결정과 판단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그리고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의 미래는 많은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 자신을 믿고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뎌라. 왜냐하면 당신은 언제나 옮으니까! -p.311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스물 여섯. 이제 거의 고정화법처럼 쓰이는 "계란 한 판"에서 아직은, 약간 여유가 있다. 계란 한 판을 노리고 내놓은 책,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집어들었다. 막힘 없이 흐르는 문장에 여유를 느끼면서 읽어내렸다. 가볍지만도 않고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았던 책. 글쓴이는 서른 즈음에 느끼는 것에 대해 심리학 안주 삼아 풀어나간다.
서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김광석 아저씨는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자살로 생을 마감해버렸다. 더 이상 누구에게 기대려고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나이. 부모님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아들인지 부끄러운 아들인이 명백히 갈리는 시점.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느냐, 마느냐의 절체절명의 순간.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등등 순간의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기가 바로 30대다.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아서 정확한 느낌은 모르겠다. 스물 여섯의 내가 느끼는 서른의 무게감은 이 정도.)
때로 나이를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를 가리켜 "피터팬 컴플렉스"라고 하기도 하고, 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더러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굉장히 큰 사슬이 된다. 1살이 되면 돌잔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5~7살이면 유치원에 다녀야 한다. 그 이후에는 정해진 정규교육을 받든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대학 이상의 학력을 얻기 위해 20대 중반까지 내달리다가, 이제는 경제자립을 위해 냉혹한 현실로 뛰어들어야만 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가 되고 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보통 "무난하게" 그려지는 삶의 경로가 있는 듯하다.
하나만 묻자. 그 경로를 그대로 그리며 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엄마 친구 아들"같은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특출나지 않고 "이상적으로 보통인" 삶을 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언젠가 웹툰에서 정말 공감가는 이야기를 보고, 웃다가 침울해진 기억이 있다. 현실에서 "적당히 평범하게" 사는 삶은 우리가 보통 생각으로 떠올리는 삶과 다르다. 오히려, "옆구리는 나오고, 주름은 깊어지고, 미래는 불안한 삶"이 현실 속의 평범한 삶이다.
(보시려면 클릭 : 골방환상곡 45화 <적당히 사는 법>, 64화 <카운슬링>)
우리 사회에서 나이는 마음의 자유로움을 현실에 묶어버리는 사슬 중에 하나다. 이 책에서는 나이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현실에서 힘들어 하는 영혼을 달래는 말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자기 내면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고 찾으라는 주문을 한다. 그 뒤에 자신이 원하는 관계와 지금 겪고 있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뒤에 가까운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사랑하며, 자신을 믿으라고 한다.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서른의 삶에, 긍정적인 거울을 가져다대는 노련한 정신과 의사의 처방같았다.
서른을 사는 사람들, 곧 서른이 될 사람들, 이미 서른을 넘긴 사람들 누가 읽든 마음에 적지 않은 위로가 된다. 세상 사는 게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한편 쿨함은 차별적이다. 자본주의적인 속성 위에서 자란 쿨함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면을 띤다. 다시 말해 쿨함에는 어느 정도의 재력이 필요한 것이다. -p.24
어릴 적 우리는 어른들을 물질만 아는 속물이라고 경멸했다. 그들이 제공하는 속물적 혜택을 누리면서 말이다. 심지어 어른들이 우리가 원하는 물질적 풍요를 제공해 주지 못하면 우리는 그들을 무능하다며 멸시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어린의 세계를 거부하면서도 언제까지나 어른들의 보호와 사랑을 받는 순수한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 피터 팬 심리라고 할 수 있다. -p.33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삶이 중요하고 특별한 것이라는 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확신이 없다면 인간은 살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나 자신의 유일성과 중요성을 발견할 만한 기회를 용납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는 나의 노력과 시간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공허와 허무를 낳는다. -p.35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실현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미기스티 섬 같은 낙원에서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p.55
혼자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우선 잠시 멈추어 당신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런 다음 신뢰할 수 있고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 마지막으로 그 조언을 당싱의 것으로 만들어 행동하라. -p.81
진화론자들은 질투를 진화의 산물로 본다. 남자는 마음속에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져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한편 여자는 혹시나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재화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질투를 낳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p.231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기억은 우리가 죽음을 덜 두려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왜냐하면 사랑의 기억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었음을 일깨워 주고, 목숨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은 자기 초월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초월하는 데 도움을 주고 때문이다. 더구나 죽어 가는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헛살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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