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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천재들의 부모에게.
    無序錄 2011. 12. 28. 19:20

      나는 교사가 되고 싶은 대학생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나는 교사를 선택했다. 모든 일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아마 성인군자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거창한 욕망만이 아니라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정도의 소소한 것도 가리킨다. 그 점에서 나는 뭇 사람들과 같다. 오히려 더 철저한 사람일지 모른다.

     

      나는 대한민국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는 잘 짜여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에 별 탈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염증은 곪아서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엘리트들의 정권다툼으로 국회는 얼룩지고, 천재들이 정치꾼들로 전락한지 오래다.

     

      부동산 투기로 10억은 아무렇지 않게 벌 수 있는 나라가 이곳 대한민국이고, 서민들은 집 한 채 사기 위해 10년 이상을 힘겹게 살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급격히 변해가고 있는 사회·문화는 기성세대·신세대의 이분을 더욱 세분화 시켜서 의사소통을 끊어버렸다. 같은 땅을 밟고, 공기를 마셔도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금이 되었다.

     

      사회의 전체 구조는 각각의 작은 구조들이 한데 어울려 돌아가며 구성된다. 그리고 작은 변수 하나에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시커먼' 교육열은, 현재 대한민국 구조에서 ‘교육의 톱니바퀴’를 지나치게 크게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교육이 어떻게 돌고 있는가에 상당히 많은 시스템이 곤란을 겪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학생은 천재집단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부모가 끄덕이며 자신의 자녀를 생각할 때, 대한민국은 망해가고 있다. “어째서 천재라고 생각하는가?” 묻고 싶다.

     

      어린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커가면서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 알지 못한다. 지금 당장 주어진 일이 없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기커녕, 뭘 하고 싶은지도 알지 못한다.

     

      왜 그렇게 달라질까. 문제는 ‘천재들의 부모’에게 있다. 천재에게 대입 준비 공부를 어려서부터 시킨다.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할 수도 없는 시기에, 영어를 가르친다. 그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언어는 한 개인의 정신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수단이고,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다. 어린 시절부터 분에 넘치는 난이도의 내용과, 또 다른 언어 체계를 주입하는 것은 언어 발달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공부를 ‘시키는 것’처럼 무모한 일도 없다. 공부는 ‘하는 것’이 되어야지, ‘시켜서 하는 것’이 되는 순간 천재는 죽는다. '각인효과'란 것이 있다. 무엇이든 처음 접하는 것은 매우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시켜서 공부를 하게 되는 학생은 그 인상을 그대로 간직하게 마련이다. 곧 공부는 '하는 것'이 아니라, '시켜서 하게 되는 것'으로 각인된다. 그런 학생에게 공부는 '책임회피수단'으로 존재한다. 그렇게 20여년을 마치고 나면, 그들의 사고 능력은 정지한다.

     

      묻고 싶다. 천재의 부모들이여, 당신의 천재를 지금 바보로 만들고 있지 않는가? 대한민국이라는 기계에 충실한 톱니바퀴로 쪼아서 끼워 맞추고 있지는 않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천재에게 시간을 주라. 그들은 시간만 있다면 무엇이든 찾아서 할 의욕이 있으며, 하고 싶은 공부가 그 마음속에 가득히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2006.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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