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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손전화의 존재의미에 대하여無序錄 2011. 12. 31. 15:21멀리 생소한 산을 넘어 새소리조차 시끄럽게 들리는 골짜기에 들어간 시간. 그 적막함은 단 한 개의 점을 통해 떠나온 세상과 이어지고 있다. 7개의 무지갯빛 막대―빨주노초파남보―모두 선명하게 떠오르면, 이리스가 소식을 전해주러 내려온 것처럼 내 마음도 가볍다. 11개의 숫자와 한 번의 통화 버튼을 누르는 손동작도 내 마음처럼 가볍다.
화창한 화요일 오후, 여전히 맑고 밝은 하늘에서 무지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주머니에서. 무지개다리가 사라졌다. 그토록 무거웠을까. 세상과 나를 잇는 보이지 않는 선이. 온몸을 전율하며 사랑이 담긴 쪽지를 전하는 주머니 속 작은 새가. 내 품을, 내 손을 벗어나는 게 그토록 크고 무거운 일이었을까.
손전화는 홀로 있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니다. 손전화를 붙들고 있는 사람과, 직접 마주하기 위해 울리는 작은 새의 지저귐이어야 한다. 핸드폰―손전화는 그 목적을 잃기 위해 존재한다. 누군가를,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태양을 등지고 쉼 없이 뿌려대는 분무기와 같은 것이다. 무지개는 언제든 볼 수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분무기로 뿜어대는 순간의 환상.
그냥, 그저 그리워하자. 진심으로 그리고, 바라는 일은 하나의 진동을 만든다. 따뜻한 마음으로 무지개 너머의 진실을, 저 멀리서 숨 쉬고 있는 그를 위해 눈을 감고 그리자. 전파가 아닌, 마음의 진동으로 그에게 날아가자. 필요한 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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