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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동화 | 폴케 테게토프
    문학 2012. 12. 25. 00:39




    식물동화

    저자
    폴케 테게토프 지음
    출판사
    위즈덤 | 2006-11-0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삶의 지혜를 담아낸 아름답고 신비로운 식물 이야기! 삶에 지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지금은 꿈을 꾸고 있을 겁니다. 올봄에 자전거를 타며 달렸던 중랑천의 바람이 늦은 오후 장밋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방향에서 불어와, 그 녀석을 멀리멀리 날렸을 겁니다. 아마, 깊고 축축한 땅속에서 노랗게 활짝 피어나는 꿈을 꾸면서 잠을 자겠지요. 내년에 다시, 멀어진 태양이 다시 파란별에 가까이 오면 노란 머리채를 활짝 펴게 될 겁니다.


      민들레는 요정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려 멀리 떠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참 힘들어요. 잠깐이더라도 핸드폰도 쓸 수 없고, 편지도 할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가슴에 사무치도록 외로워요. (버럭! 소리 지르지 마세요. 그래도 군대는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잖아요, 군인아저씨.)


      언제나 곁에 있고, 쉽게 볼 수 있는 건 익숙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처럼, 친구처럼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아도 기쁜 사람들은 언제나 익숙합니다. 익숙하게 되면,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게 됩니다. 파랑새를 그렇게 찾아다니던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요.


      민들레는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삭막한 아파트 단지의 작은 화단에서도 볼 수 있고,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피어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갈라진 시멘트, 아스팔트 틈에서도 잘 자라는 민들레는 우리 곁에 늘 있지만, 다사로운 눈길을 받지 못했습니다.


      폴케 테게토프의 동화는 재밌습니다. 따뜻하기도 하고, 유머도 상당합니다. 그보다 훨씬 빛나는 것은 우리 곁에 피어있는 식물들에 대한 관심입니다. 오늘 저녁에 무얼 드셨나요? 혹시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드시진 않으셨나요? 거기에 곱게 갈려있는 푸른 잎을 기억하시나요? 폴케 아저씨의 이 책은 작고 말도 못하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곱게 다듬어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열일곱 개나 되는 식물 동화를 읽다보면, 그 식물에 대한 애정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젠,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바질을 기억하고 폴케 아저씨의 이야기가 떠올라 피식 웃을 것 같습니다.


      맛있는 문체도 참 좋았습니다. 폴케 아저씨의 “인물 냅다 지르기”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떤 등장인물이 나올까’하는 물음이 책을 놓지 못하게 했지요. 현대와 중세와 태초의 순간이 어우러지는 동화의 배경도 매력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혜경 씨의 번역이 참 고마웠습니다. 신나게 읽히는 우리말로 옮겨준 게 정말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동화 작법에도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입니다.


    <책에서>


      알라운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늘에 매달려 있는 나무와 땅을 가로지르는 시냇물, 곱디고운 햇살로 지은 옷을 입고 있는 꽃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햇살로 지은 옷을 입으면 정말 좋을 거야." -p.95


      "알라운, 내겐 꿈이 있어. 내 몸이 조각조각 흩어져 저 멀리 날아가는 꿈, 그리고 다시 네게로 돌아오는 꿈. 그러니 겁내지마.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숨을 최대한 깊게 들이마신 다음 나를 불어!"

      “무슨 말이야? 못 알아듣겠어.”

      “알라운, 날 사랑한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줘. 넌 내게 자유와 새 생명을 선사해줄 수 있어.”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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