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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임 제로 | 마이클 코디
    문학 2012. 12. 24. 23:20




    크라임 제로 세트

    저자
    마이클 코디 지음
    출판사
    노블마인 | 2006-07-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신의 유전자에 이어 '유전공학'을 소재로 한 마이클 코디의 두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여자들끼리 주먹을 굳게 쥐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강타하는 장면은, 권투 경기 이외에는 본 적이 없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공감할 것이다. 세상의 폭력을 만들어 내고, 성질 부리는 것은 남자들이라고. 이 부분은 변명도 하기 어렵다.
     
      헐리우드 영화 시나리오를 본 느낌이다. 예전에 극장에서 「페이첵」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책장의 마지막을 덮는 기분과 극장을 나서는 느낌이 어쩜 그리 쏙~ 닮았는지. 마이클 코디의 소설들은 대다수가 유전자와 컴퓨터를 주된 소재로 삼고 있는 듯 하다. 이번 소설도 그랬고, 전작인 『신의 유전자』도 그랬다. 작자의 해박한 유전공학적 지식을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발휘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형수가 죽어가며, 고뇌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8년이라는 근미래의 이야기. 어쩌면, 지금 미국 어느 연구동에서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를만한 이야기가 스륵스륵 전개된다. 제목이 이 이야기의 중심소재이자, 모든 것을 잘 담고 있다. 잘 지어진 제목이었다.
     
      그러나 인물들의 성격과 스토리는 이런 류의 글을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그랬기에 스릴러의 맛이 다소 반감된 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남성의 폭력 유전자를 조작해서 사회 정화를 하려는 이야기 자체와, 권력과 과학의 은밀한 동거에 관한 이야기들은 가볍다고 하기엔 무거운 소재들로 시선을 고정시키는데 성공했다.
     
      두세 명의 엘리트가 전 인류의 반에 해당하는 남자들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신인류를 창조하려 한다는 스토리에는 기분나쁜 전제들도 여전히 있었다. 하나는 그 모든 사건의 발생지와 해결은 미국에서 시작해서 끝낸다는 것과, 눈에 껄끄럽게 계속 걸리는 틀린 맞춤법과 비표준어. 그리고 번역된 책이란 것을 잘 표현하고 있는 문체. 별 수 없는 거라 여기기엔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일정한 수의 관객동원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각색을 얼마만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 되겠지만, 「페이첵」정도의 수준을 넘기엔 부족해 보인다. 유전자와 세균을 이용한 전쟁이 그 어떤 폭력과 전쟁수단보다 두렵다. 작자는 이 부분을 민감하게 잘 잡아낸 느낌이다. 약간 길지만,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은 부분을 옮겨 본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오늘도 열대야로 뒤척이고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처음엔 기결수들의 유전자를 바꾼다고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유전자를 가진 젊은 사람들한테도 약을 쓸 거야. 그 사람들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도 앞으로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서 말이야. 그리고 그 다음에는 좋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과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로 분류할 거다. 나쁜 짓을 하느냐 마느냐는 인간이 선택하는 것이란 사실은 무시하고 말이야. …… 나치가 우리를 차별하기 시작하던 때, 그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옷에 다비드의 별을 붙이게 했어. 그때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어. 그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그냥 유대인일 뿐이었어. 루크, 유전자가 인간의 전부는 아니다. 유전자만으로 인간을 판단할 수는 없어." 1권, p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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