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글
-
무명교사 예찬無序錄 2012. 12. 25. 01:00
나는 무명교사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노라. 전투를 이기는 것은 위대한 장군이로되, 전쟁에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무명의 병사로다.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름높은 교육자로되, 젊은이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의 교사로다. 그가 사는 곳은 어두운 그늘, 가난을 당하되 달게 받도다. 그를 위하여 부는 나팔없고, 그를 태우고자 기다리는 황금마차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그 가슴을 장식하지 않는도다. 묵묵히 어둠의 전선을 지키는 그 무지와 우매의 참호를 향하여 돌진하는 그이어니, 날마다 날마다 쉴 줄도 모르고 젊은이의 적인 악의 세력을 정복하고자 싸우며, 잠자고 있는 영혼을 일깨우도다. 게으른 자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하고자 하는 자를 고무하며 방황하는 자에게 안정을 주도다. 그는 스스로 학문하..
-
토막글로 기워 만든 조각보 no.2無序錄 2012. 10. 21. 01:07
글을 쓰고 싶은데 잘 써지지 않는 건 고문이다. 갑자기 손끝에 신내림이 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글쓰기는 노동에 가까웠다. 이백의 콧노래가 아닌, 두보의 탄식에 가깝다. 여전히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쓰기에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삶에서 자극을 받기란 쉽지 않다. 눈 뜨면 문법과 문학, 교육학을 보는 상황에서 주어지는 자극이란, 그저 옛날 사람들과의 대화 뿐이다. 그리고 장마 덕분에 쉬지 않고 변하는 날씨 정도. 2012. 7. 11208년 삼국지의 적벽대전은 사실과 역사로 남았다.880년 경 신라의 '처용'은 전설로 남았다.같은 시간에 살더라도 인식의 차이가 있다면 다른 세계에 있는 것과 같다. 2012. 7. 13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는 생크림으로 빚은 인형처럼 싱그..
-
토막글로 기워 만든 조각보 no.1無序錄 2012. 10. 18. 08:00
요즘은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간 읽던 종류의 책들을 잠시 밀어둔 상황. 그 덕분에 블로그에 정리된 생각을 쓸 겨를도 없었고, 그 덕분에 자꾸만 SNS에 메모처럼 생각의 토막들만 던져놨다. 가끔, 내가 무슨 책을 읽었더라, 어떤 부분이 중요한 내용이었나―하고 내가 쓴 글을 찾아서 다시 볼 때가 있다. 블로그는 그렇게, 나의 기록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SNS에 글을 쓰면서, 자꾸만 나의 삶과 기억이 닳아버리는 느낌이 엄습했다. 스믈스믈 기어들어와, 몰래 내 삶과 기억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마치 를 괴롭히는 회색 신사처럼. "생각의 토막을 모아, 구멍난 내 기억을 깁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려하고 깊이 있는 문장들은 아니더라도, 자투리 천을 모아 만든 색색깔 조각보는 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