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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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글로 기워 만든 조각보 no.2無序錄 2012. 10. 21. 01:07
글을 쓰고 싶은데 잘 써지지 않는 건 고문이다. 갑자기 손끝에 신내림이 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글쓰기는 노동에 가까웠다. 이백의 콧노래가 아닌, 두보의 탄식에 가깝다. 여전히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쓰기에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삶에서 자극을 받기란 쉽지 않다. 눈 뜨면 문법과 문학, 교육학을 보는 상황에서 주어지는 자극이란, 그저 옛날 사람들과의 대화 뿐이다. 그리고 장마 덕분에 쉬지 않고 변하는 날씨 정도. 2012. 7. 11208년 삼국지의 적벽대전은 사실과 역사로 남았다.880년 경 신라의 '처용'은 전설로 남았다.같은 시간에 살더라도 인식의 차이가 있다면 다른 세계에 있는 것과 같다. 2012. 7. 13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는 생크림으로 빚은 인형처럼 싱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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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글로 기워 만든 조각보 no.1無序錄 2012. 10. 18. 08:00
요즘은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간 읽던 종류의 책들을 잠시 밀어둔 상황. 그 덕분에 블로그에 정리된 생각을 쓸 겨를도 없었고, 그 덕분에 자꾸만 SNS에 메모처럼 생각의 토막들만 던져놨다. 가끔, 내가 무슨 책을 읽었더라, 어떤 부분이 중요한 내용이었나―하고 내가 쓴 글을 찾아서 다시 볼 때가 있다. 블로그는 그렇게, 나의 기록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SNS에 글을 쓰면서, 자꾸만 나의 삶과 기억이 닳아버리는 느낌이 엄습했다. 스믈스믈 기어들어와, 몰래 내 삶과 기억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마치 를 괴롭히는 회색 신사처럼. "생각의 토막을 모아, 구멍난 내 기억을 깁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려하고 깊이 있는 문장들은 아니더라도, 자투리 천을 모아 만든 색색깔 조각보는 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