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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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무라카미 하루키문학 2013. 6. 21. 09:25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저자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출판사비채 | 2013-05-20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무라카미 하루키식 해피 라이프를 엿보다!《채소의 기분, 바다표범...글쓴이 평점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이상한 제목을 달고 나온 에세이 세 권을 모두 읽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 책부터 번역되어 나왔고, 첫 번째 책이 제일 늦게 나왔다. 이 책의 특성상 어느 것부터 읽어도 상관은 없다. 그런데 출판사 입장을 생각해보면, 2권 가 성공하자, 를 기획하면서, 흥행이 불안하던 1권 까지 "내보자"라고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대체로 분위기가 밝지 않다. 하지만 이 '아저씨'의 에세이는 웃기다. 그것도 꽤 여러 번, 독자의 입가 근육을 위로 들어올리고, 콧구멍에서 바람을 급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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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무라카미 하루키문학 2013. 5. 17. 10:01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저자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출판사비채. | 2013-05-04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소설보다 흥미로운 전설의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 완결판!책을...글쓴이 평점 글을 쓰는 사람의 진짜 모습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려면, 그의 소설이 아니라 편지나 에세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가의 문체는 일종의 도구와 같은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 작가의 소설은 이런 느낌이 난다' 정도는 가늠할 수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따라 문체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좀 버거워 하는 사람들도 그의 에세이는 재미있게 읽어낸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샤워 후 마시는 캔맥주 맛이다. 그저 그렇게,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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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스타킹無序錄 2013. 5. 16. 00:39
끝나버린 연애는 올 나간 고급 스타킹일지 모른다. 모든 사물과 관계를 처음 맺는 건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신선한 커피콩을 빻아, 끓는 물을 부었을 때 나는 첫 향기. 포장을 뜯고 처음 살갗에 닿는 팽팽한 느낌의 스타킹. 이런 신선함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뜨거운 물이 커피에 닿고, 머핀이 부풀어 오르면 그 공간은 금세 커피 향으로 가득차게 된다. 어쩐지 늘어지고, 부어있는 것 같은 느낌의 다리도 새 스타킹을 신으면 금세 탄력을 되찾는다. 연애, 사랑의 시작도 그렇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일은, 고급 스타킹의 포장을 뜯고 처음 신었을 때처럼 탱탱한 탄력으로 일상을 감싸는 것과 같다. 분쇄한 커피 가루에 물을 막 떨어뜨리면 순식간에 부풀고, 향기가 빠짐없이 퍼지듯이 생활의 모든 곳에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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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서 시작하는 비극의 희극화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을 중심으로無序錄 2013. 4. 20. 13:33
1. 불안의 종류 1.1. 비교 불안 1.2. 관계 불안 1.2.1. 사람과 맺는 관계에서 오는 불안 1.2.1.1. 협동적 집단(Gemeinschaft) : 인정과 공유 1.2.1.2. 이익집단(Gesellschaft) : 선택과 갈등 1.2.2. 사물과 맺는 관계에서 오는 불안 : 목적과 수단 1.3. 존재 불안 1.3.1. 생명의 위협 1.3.2. 존재 가능성의 차단 1.3.2.1. 시간과 공간 1.3.2.2. 이미 존재하는 세계2. 불안을 막는 장치 2.1. 합리화 : 비교 불안의 해소법 2.2. 사랑 : 이익집단에서 협력집단으로 회귀 2.3. 반성 : 물건과 나의 관계 돌이켜보기 2.4. 망각 : 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의 몸부림3. 맺음 : 불안과 자각. 가능성의 최대화.4. 관련서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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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그르니에 서한집 | 카뮈-그르니에문학 2013. 4. 20. 13:25
카뮈 그르니에 서한집저자알베르 카뮈 지음출판사책세상 | 2012-10-30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공감과 차이로 난 우정의 길을 따라가는 시간!『카뮈-그르니에 서...글쓴이 평점 “짐승은 즐기다가 죽고 인간은 경이에 넘치다가 죽는다. 끝내 이르게 되는 항구는 어디일까?” 벌써 5년 전이다. 화창했던 2007년의 5월, 장 그르니에의 을 펼치고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던 문장이었다. 게다가 본문이 시작도 하기 전에, 서문에서 카뮈에게 이런 충격을 받게 될 줄은 예상도 못했다. 뻔한 주례사 서문이라든가, 미사여구로 꾸며진 서문이 아니었다. 카뮈의 서문은 에서 다루고 있는 생각들을 모두 꿰어버리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핵심을 꿰뚫을 수 있을까―그저 의문이었다. 뒤에 장 그르니에와 카뮈가 스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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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pawn)의 프로모션無序錄 2013. 1. 25. 16:16
체스에서 최강자는 퀸queen이다. 사방으로 체스판을 가로지른다. 앞에 장애물이 없다면, 맞은 편의 끝까지 단숨에 닿을 수 있다. 최후방에서 넓게 바라보다가, 언제든 상대편에 빈틈이 보이면 최전방에 나설 수 있는 힘까지 있다. 넓은 시야와 기동력, 퀸이 체스판의 최강자가 될 수 있는 덕목이다. 하지만 퀸 혼자 64개의 칸을 모두 메울 수는 없다. 그렇게 강력하고 완벽해보이는 능력자에게도 헛점이 있고, 빈틈이 있다. 나이트knight는 바로 이렇게 퀸이 놓치는 칸을 파고든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편 퀸의 시선을 피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때로는 암살하는 역할까지 한다. 나이트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체스판 위의 말들과는 다르다. 보통의 경우라면, 오로지 앞으로만 간다든가 사선으로만 움직인다. 예측 가능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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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문학 2013. 1. 25. 16:10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저자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출판사비채 | 2012-06-27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하루키의 에세이!세계적인 작가 무...글쓴이 평점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셋째,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이 세 가지 조건을 지키며 에세이를 연재하려고 하니 결과적으로는 화제는 상당히 한정된다. 요컨대 '쓸데없는 이야기'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p.34 선선한 바람이 부는 청계천변의 광교. 늦여름이 지나고 제법 기분좋은 바람이 부는 초저녁 무렵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어느 한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둘러 앉아, 병맥주 하나씩 들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한동안 만나지 못하고 쌓아둔 각자의 이야기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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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동화 | 폴케 테게토프문학 2012. 12. 25. 00:39
식물동화저자폴케 테게토프 지음출판사위즈덤 | 2006-11-06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삶의 지혜를 담아낸 아름답고 신비로운 식물 이야기! 삶에 지친...글쓴이 평점 지금은 꿈을 꾸고 있을 겁니다. 올봄에 자전거를 타며 달렸던 중랑천의 바람이 늦은 오후 장밋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방향에서 불어와, 그 녀석을 멀리멀리 날렸을 겁니다. 아마, 깊고 축축한 땅속에서 노랗게 활짝 피어나는 꿈을 꾸면서 잠을 자겠지요. 내년에 다시, 멀어진 태양이 다시 파란별에 가까이 오면 노란 머리채를 활짝 펴게 될 겁니다. 민들레는 요정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려 멀리 떠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참 힘들어요. 잠깐이더라도 핸드폰도 쓸 수 없고, 편지도 할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