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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분야의 공부를 한다는 것은 "축성(築城)"과 관련이 깊다. "정리의 기술"과 "굳건한 성벽"의 유지가 오늘날 공부의 주된 기술이다.
공부 정리의 기술은 '압축과 복원'의 시각에서 설명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긴 10장짜리 내용을 두 어절 내외로 압축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두 번째 일은 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이 압축된 말을 했을 때, 순식간에 10장짜리 내용으로 복원해서 이해하는 것이다.이와 같이 압축, 정리, 색인, 복원하는 일을 기본으로, 얼마나 많은 압축 개념을 기억, 결합, 배치하느냐 하는 것에 공부―축성의 재료 마련―의 성패가 달려있다.공부의 이러한 측면에는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소모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전문가'에게 친절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굳건한 성벽"을 쌓아 두고 있다. 오로지 선발의 과정을 거친, 전문 세계로 입문하려는 '제자들'에게만 그 성의 쪽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오랫동안 시간과 노력을 쏟게 만든다.그렇게 쏟아낸 시간과 노력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과 삶이 되어버린다. 이따금 그 세계에 함몰되어 다른 분야에는 문외한(門外漢)이 되는 경우가 있다. 종합적인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일도 많아진다.부분적인 재료 다듬기도 필요하고, 굳건하게 쌓아 올리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 정말 중요한 일은 다른 성과 소통하는 일이다. 비단 대학이나 전문가들의 세계 뿐만이 아니라, 중고등학교에서도 교과목 간의 혼융이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 벽돌은 벽만 세울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