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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아잔 브라흐마
    문학 2012. 1. 6. 09:59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아잔 브라흐마(Ajahn Brahmavamso Mahathera) / 류시화역
    출판 : 이레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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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깊은 구절

    고민하는 대신 거기 언제나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비록 그 무언인가가 불평하지 않고 잠시 평화롭게 앉아 있는 일이라 해도. -p.40 <벽돌 두 장>

     

     

     

      한동안 마음속에 폭풍이 몰아쳤다.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폭풍이었고, 나는 정신없이 일과 일상에 묻혀 시계 바늘을 타고 내닫기만 했다. 조금씩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짙었던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도저히 복구 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것들이 자석에 이끌려오는 철가루들처럼 차곡차곡 모여들었다.

     

      친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로 시작했던 대화는 조금씩 길어졌다. 연락이 안 됐던 동안, 내가 지내왔던 시간의 흔적들을 얘기했다. 훈련 들어가서 가여운 녀석들을 괴롭혔고, 뜨거운 7월의 태양 아래서 삽질과 헐떡임으로 지내왔다고 말했다. 그 친구도 지금 꿈꾸고 있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달린다고 했다. 자주 접하지 못했던 책을 이제야 붙들기 시작했다며 내게 한 권을 추천했다.

      바로 이 책.

     

      참 독특한 사람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 뒤로는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느닷없이 태국으로 넘어가서 9년 동안 불교 수행을 한다. 부럽기도 하고, 그것 자체로 대단하다 느껴진다. 예전부터 나도 종교인이 되고자 하는 충동이 계속 이어졌지만, 여전히 현실과 타협중이다.

     

      브라흐마 스님은 108가지의 이야기들로 책을 꾸려간다. 처음에 <벽돌 두 장>에 대한 체험담으로 이야기를 열어간다. 천 장의 벽돌을 손수 쌓으면서 단 두 장의 벽돌을 잘못 쌓았을 때 느끼는 마음을 두고 차분하게 말을 잇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서 오직 '잘못 얹힌 두 장의 벽돌'만을 발견함으로써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거나 이혼으로 치닫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 안에서 '두 장의 잘못된 벽돌'만을 바라봄으로써 절망에 빠지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는가? -p.29 <벽돌 두 장>

     

      사실, 그렇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것이든, 자신의 것이든 미흡한 부분을 쉽게 발견한다. 998가지의 장점과 전체의 아름다움을 놓치면서, 겨우 두 장의 잘못 얹힌 벽돌에만 집중하고 만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괴로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런던 스님이 한 마디 던진다. "내려놓으시길."

     

      어떻게 보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 스님의 마음 편안한 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바쁜 현실 속에서 욕망으로부터의 자유가 가능할 것인가 되물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이 현실과 이상에 개입하지 않도록 달래야 할지도 모른다.

     

    '삶에서 어떤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생각 때문' -P.245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

     

      정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생각 때문일 거다.

     

    <책에서>

     

      고민하는 대신 거기 언제나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비록 그 무언인가가 불평하지 않고 잠시 평화롭게 앉아 있는 일이라 해도. -p.40 <벽돌 두 장>

     

      사랑할 때의 문제는, 환상이 사라지고 나면 뒤따르는 실망감이 우리의 마음에 심한 상처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사실 이성과의 사랑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을 사랑할 뿐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이다. -p.63 <마음의 문>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불행한 가능성에 집중할 때, 그것은 두려움이라 불린다. 반면에 다른 가능성들이 훨씬 많음을 기억할 때, 그것은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라 불린다. -p.69 <내려놓기>

     

      문제는 화를 낼 대 우리가 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화에는 중독성이 있고 묘한 쾌감이 있다. -p.100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내 눈은 저 애의 아빠도 볼 수 있고, 코끼리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내 눈은 산도 볼 수 있고, 다른 많은 것들도 볼 수 있어요. 이 모든 것들이 내 눈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내 눈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임에 틀림없어요." -p.192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마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욕망의 자유이고, 또 하나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다. 현대 서구 문화는 첫 번째 자유, 곧 욕망의 자유만을 인정한다. 그러한 자유를 국가 헌법이나 인간 권리 헌장 맨 앞에 모셔두고 숭배한다. 서구 민주주의의 근본 신조는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국민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들에 사는 국민들이 그다지 자유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p.213 <가득 찬 항아리>

     

      학교 교사 시절 내가 들은 가장 훌륭한 조언은 이것이다. 교사인 당신이 실수를 해서 학생들이 웃기 시작하면, 당신도 함께 웃으라. 그렇게 하면 학생들은 당신에 대해 웃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웃을 것이다. -P.225 <삶이라는 이름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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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oem_정원사_책들이 있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