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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니콜라스 카비문학 2012. 1. 1. 21:32
생각하지않는사람들인터넷이우리의뇌구조를바꾸고있다 카테고리 지은이 상세보기
장점 : 인터넷의 사용으로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체계적으로 주장.
단점 : 개론적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 학술어를 사용해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가 쉽게 읽지 못할 듯.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후에는 도구들이 우리를 만든다." -p.302, John Culkin 1967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 2011년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말 그렇다. 지난 세기 말, 네트워크로 이어진 컴퓨터 환경을 꿈꾸던 명제가 현실이 됐다. 5천만 명 중, 천 만명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네트워킹 중이다.
환경의 변화는 생활의 변화를 불러오고, 사람의 사고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구석기 시대의 수렵, 신석기 시대의 농업, 청동기와 철기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 같은 기술은 인간 생활의 혁명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변화는 '네트워킹 컴퓨터 환경', 즉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이 질문에 대해 니콜라스 카는 한 단어로 대답했다.
"The Shallows" (얄팍한 자들)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 어떻게 사람들의 뇌 구조를 바꾸어 "얄팍한 자"로 만드는지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 주장한다. 이 책의 핵심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우리의 뇌 구조는 깊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바뀌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니콜라스는 상당히 넓은 분야의 지식을 가져다가 풀어 놓는다.
뇌의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
사람의 뇌는 말랑말랑하다. 실제로 말랑거리기도 하고, 비유적으로도 말랑거린다. 만약, 어른이 뇌를 다쳐서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손상되면 실어증에 걸리지만, 어린이는 같은 부분을 다치더라도 뇌의 다른 부분이 언어기능을 담당하면서 정상화 된다.
이러한 뇌의 특성, 말랑거리고 유연한 특성은 계속 유지되며, 변화하는 환경에 반응한다고 말한다. 니콜라스는 '뇌의 가소성'을 이 책의 큰 전제로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능력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도구를 잘 사용한다. 다른 맹수들이 가진 것처럼 타고난 무기나 장점은 없지만, 신체를 확장하는 도구를 통해 불리함을 극복했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대신해서 칼을 만들고, 매의 눈 대신 망원경을 만들었다. 사람과 맺는 모든 사물과의 관계가 그렇듯, 도구와 맺는 사람의 관계도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니콜라스는 이 부분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목수가 망치를 손으로 집을 때 그는 손을 이용해 망치가 할 수 있는 작업만 할 수 있다. 군인이 쌍안경을 눈에 가져다 댈 때 그는 렌즈가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상만 볼 수 있다. -p.301
더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는 스스로 그 형태와 기능을 따르게 된다. 이는 한동안 워드프로세서로 작업을 한 후 왜 내가 손으로 쓰고 고치는 능력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p.302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키보드로 글을 쓰면서, 볼펜으로 긴 글을 쓰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수첩에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글을 종종 쓰곤 했지만, 모니터와 키보드로 글쓰기 도구를 바꾸면서 문장의 호흡은 짧아졌다. 이 책 본분에 인용된 니체의 이야기가 와닿는다. "우리의 글쓰기용 도구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한몫하지."(p.39)
기억의 두 종류와 지식의 두 종류
기억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인지 심리학에서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제시된 이론이 있다. '정보처리이론'인데, 마치 컴퓨터의 주기억 장치(메모리, RAM)와 보조기억장치(하드디스크, SD/CF 메모리카드)처럼 인간의 기억을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전원을 끄면 사라지는 메모리처럼 명료하게 의식화 된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고, 다른 하나는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성격의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다.
니콜라스는 기억에 관한 여러 이론을 근거로 제시하며, 장기기억의 책임을 컴퓨터로 넘기려고 할수록 "깊은 사고력"은 상실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문제 해결과 또 다른 지적인 업무를 컴퓨터에 위임하면서 훗날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식 구조, 즉 스키마를 형성하기 위한 뇌의 능력을 감퇴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p.31
지식의 종류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직접 아는 것과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 니콜라스는 인터넷 때문에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에만 신경쓰면서, "직접 아는 것"을 잃고 있다고 말한다. "직접 아는 지식"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경지식(스키마, shcema)"을 얘기한다.
"연륜과 경륜"을 들어 말하는 "지혜"의 근원이 바로 "배경지식"이다. 배경지식, 즉 스키마는 평생에 걸쳐 자기가 가진 인지 구조에 새로운 정보와의 결합, 융합을 통해 발달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때때로 탁월한 통찰을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니콜라스 카는, 우리는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산만해짐과 동시에 스키마를 축적하는 능력을 잃어간다고 이 책을 통해 주장한다. 지식의 재생산의 전통적인 매체인 "책"에 대해 애정어린, 걱정 섞인 시선을 주는 저자는 깊이 사고하는 능력을 상실한 시대를 걱정하며 보다 인간적인 환경을 얘기하며 마무리 한다.
"구텐베르크의 발명으로 대중화된 고요함이 의미와 정신의 일부였던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계속 감소하는 소수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하는 그의 걱정은 2011년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됐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우리들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거부할 수 없는 도구라면, 보다 슬기롭게 사용할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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