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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결정짓는 다섯 가지 힘 | 사이토 다카시비문학 2012. 1. 1. 21:30
명화를결정짓는다섯가지힘표현력스타일자기세계아이디어몰입 카테고리 지은이 상세보기
장점 : 명화 감상을 돕는 친절한 설명서단점 : 많은 이야기에 비해 부족한 그림
현대인의 삶은 꼭 닭가슴살 같은 맛이 납니다. 퍽퍽하지요. 어떨 때는 잘못 해서 목이 탁! 막히고 맙니다. 사람들은 퍽퍽한 닭가슴살이 맛없어서 다양한 궁리를 합니다. 채소들과 곁들여 샐러드를 만들거나, 더러는 아예 요리로 탈바꿈시킵니다. 많은 사람들은 퍽퍽한 삶에 상큼한 드레싱같은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맛있는 드레싱. 퍽퍽한 삶에 맛과 멋을 더해주는 드레싱은 다양합니다. 영화, 뮤지컬, 소설이나 시, 음악, 조각, 스포츠 정도가 그렇겠지요. 하지만 여러 드레싱 중에서 짧은 순간에 가장 톡 쏘는 맛을 주는 건 바로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그림은 정말로 기가 막힌 맛을 삶에 더해줍니다. 아마도 그런 그림을 가리켜 '명화'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을 쓴 사이토 다카시 선생은 명화를 다섯 가지 기준으로 구분해서 설명합니다. 어떤 그림이 명화가 될 수 있는지 다섯 가지 열쇠로 하나씩 따며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표현력, 스타일, 세계, 아이디어, 몰입. 이 다섯 가지 꼭지마다 '베스트 10인의 화가'를 선정합니다. 그런 뒤에 각 주제마다 한 챕터씩 전세를 두고, 마지막에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저는 심한 근시 때문에 안경을 씁니다. 주변 사람들은 더러 수술하고 안경을 벗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하지만, 저는 지금의 눈이 좋다고 말합니다. 어두운 밤 안경을 벗은 채 창 밖으로 눈을 돌리면, 야경은 그대로 그림이 되어버립니다. 정말,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거죠. 사이토 선생은 이 느낌을 아주 적확하게 표현합니다.
근시인 사람이 안경을 벗고 밤의 네온 거리를 보면 일순 빛으로 가득한 세계로 변합니다. ……빛을 형태로 인식하지 못하고 '빛' 자체로 감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빛 자체를 인식한 세계, 그것이 바로 모네와 르누아르로 대표되는 '인상파의 눈'입니다. -p.30 프롤로그
사이토 다카시는 이 책의 마지막에 "추상화를 재미있게 감상하는 7가지 방법"을 놓고 있습니다. 미술관에 가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지요. "저렇게 물감 대충 뿌리는 건 나도 하겠다"는 이야기. '막 그린 그림'이 '명화'가 된 이유를 사이토 선생이 해명(?)합니다.
네모난 하얀 종이에 가로로 선을 하나 그었다고 합시다. 그다음에는 세로선을 어디에 그을까, 나름 균형감을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 다시 가로선을 긋게 되면 어디가 좋을까……. 선을 긋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p.250 몬드리안
많은 학자들이 지금 젊은 사람들을 보고 말합니다. "유사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말이죠. 사회와 문화, 역사는 조금씩 똑똑해지는 사람들 때문에 바뀌고 있는 듯합니다. 옛날, 뛰어난 지도자와 지식인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세상은 말발굽 소리와 함께 사라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그런 지도자와 지식인이 오늘날에도 있지만, 대중(mass가 아닌 popular)을 무시할 수 없지요.
많은 사람들은 자기 주변의 세상에 이름을 붙여갑니다. 김춘수 시인이 <꽃을 위한 서시>에서 말한 것처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고 이해합니다. 요즘 교육계에서 말하고 있는 "자기 주도 학습"도 같은 흐름이지요.
사이토 선생은 이 책에서 "그림을 보는 설명서가 여기 있으니, 미술관에 가서 한 바탕 놀아봅시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명화를 '감정하는 눈'이 아닌, '스스로 재미를 찾는 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퍽퍽한 삶에 '명화 감상 드레싱'을 뿌리는 방법을 잘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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