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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문학 2012. 12. 24. 17:39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5살 어릴적 기억이다. 어릴 때 살던 집은, 마루가 있었고, 시멘트로 덮은 마당이 있었고, 시멘트로 구워 만든 기와가 지붕을 덥고 있는 집이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댁. 그곳에서 자랐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한 여름, 장마철 비가 억수로 내린다. 처마에 매달려 있는 물받이를 따라 또로로 흐르던 물소리가 듣기 좋아서 귀를 기울였던 그때, '번쩍' 콰광.
그 느낌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그 느낌.
저자 나탈리 아줌마는 그렇게 말했다.
'네 골 끝까지 내려가서 너를 써라'
'너의 느낌을 믿어라'
'무조건 써라'
'사소한 것을 사랑해라'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토록 쉽게 읽어 내려갔는지도 모른다. 찰나의 순간에 스치듯 날아드는 영감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것은 온다. 어느 작가-스티븐 킹-의 말에 따르면, '뮤즈'가 튕기는 하프소리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은, 그 순간의 '뮤즈'를 잡지 못한다. 잡는다 해도, 순간의 스침으로 그것을 놓쳐 버리고 만다. 나탈리 아줌마는 이렇게 꼬시고 있다. 물론, 생크림 바른 딸기보다 더 위험한 유혹이다.
"당신은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껌을 밟았나요? 회사에서 상사에게 무시당했나요? 가족들과 다퉜나요? 그럼 글을 쓰세요. 사소한 모든 것이 당신의 글감이 됩니다. 순간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기록해 두세요. 지금-여기에 있는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당신의 사랑을 담고,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기록하세요."
난, 나탈리 아줌마의 유혹에 홀딱 넘어갔다. 커피보다 더 깊은 유혹에 어쩔 수 없었다. 불교-선승의 가르침을 받고, 수련하고 있는 이 아줌마의 책 속에는 글쓰기 기술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 비법을 염탐하려고 눈을 흘기고 있으면, 여지없이 '카타기리 선사'라는 그녀의 선생님이, 내 정수박이에 찬물을 쏟아 붓는다.
"당신의 작은 힘으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일을 하게 만드는 건 '위대한 결정자'입니다. 당신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신 배후에 존재하는 우주만물-새, 나무, 하늘, 달, 그 밖의 무수한 생명의 흐름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에만 위대한 결정자가 당신을 도와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고독은 언제나 우리를 물어뜯습니다. 우리는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서 있을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고독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목차에서 보는 각 장의 제목들은 바늘이다. 눈과 뇌 속의 뉴런들을 콕콕 찌른다.
<목차-간략>
첫 마음, 종이와 연필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아니다
편집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라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파리와 결혼하지 말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장대 위에서 발을 떼라
사무라이가 되어 써라
...... 등등
글을 잘쓰고 싶은 학생, 그리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문체를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아무 곳이나 펴서 읽어 보라. 단 3분이면 이 책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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