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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놈들이 온다 | 세스 고딘비문학 2011. 12. 31. 15:57
이상한놈들이온다대중의죽음별종의탄생 카테고리 지은이 상세보기
이 책은 굉장히 얇습니다. 판형도 작습니다(13cmX19cm정도). 그래서인지 출판사는 이 책의 물리적 무게를 보완하기 위해 검은색 띠지를 둘렀습니다. "세계적 경영구루 세스 고딘의 최신 트렌드 진단!"이라는 상업적 문구로 꾸몄습니다. 책의 원제인 "We are all weird"도 자극적이지만, 한국어판 제목 <이상한 놈들이 온다>도 뒤지지 않습니다. 책의 핵심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상한 사람들"입니다.책은 크게 세 가지 덩어리입니다. 첫째로 대중의 몰락을 선언하고, 둘째로 별종의 탄생을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케터에게 "대중을 버려라"라고 조언하며 마무리합니다.
1. 정상에서 탈출한 특별한 종족들
통계학에서 다루는 기본 모델 중에 "정규분포 normal distribution"가 있습니다. 신문에서든 TV에서든, 수학 시간에든 한 번은 봤을 법한 그래프입니다. 종모양의 곡선이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대체로 이 그래프를 기준으로 정상과 떨거지를 가려냅니다.<정규분포곡선>
위의 그래프에서 보이는 범위로 정상을 나눕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떠도는 '70억 지구인 중의 평균인(click)'의 모습은 68.3%의 가운데, M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95.4%의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우수" 또는 "열등"하다고 판단하는 범위는 95.4%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세기의 천재"나 "치명적 바보"가 99.7%의 바깥에 있다고 봅니다.
세스 고딘은 "볼록한 종"의 경사가 완만해졌다고 합니다. 평균에 가까운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평균과 점점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상"이라고 하면 저 종모양의 95.4% 이내의 사람들을 떠올리는 게 통념이기도 합니다. 고딘은 그 통념을 깨고 마케터들을 곤혹스럽게 만들만한 주장을 합니다.
하나가 아닌 여러 종형 곡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그저 우리 자신에게 관심을 쏟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란 익명의 대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와 같은 사람들, 우리의 집단, 우리의 동종 관심 단체, 우리의 튀는 개성을 말한다. -p.76
니체가 예전에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다면, 고딘은 "대중은 죽었다"라고 선언합니다. 사실, 그의 주장이 갓잡아 올린 옥돔처럼 싱싱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 스스로 대중이기를 거부한 시점은 꽤 된 것 같습니다.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악세사리로 꾸미고, 매니아라고 불릴 만한―독특하거나 이상한 취미를 갖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언제라고 못을 박을 수는 없지만, 이미 꽤 오래된 사실입니다.
재밌는 것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서로 알아보고 동질의식(?)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아이러니한 점이 있습니다. 이 별종들은 적정한 숫자의 사람들과는 취미나 취향을 공유하는 것을 즐기지만, 그 수가 일정치를 넘어서 "대중화"되고 있다고 느끼면 스스로 거부하고 새로운 취향을 찾아 나섭니다. "우리가 함께 즐기는 건 좋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건 싫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지요.
2. 별종의 세상
대중은 죽었다. 이제 별종의 세상이다. -p.8
고딘은 이 책에서 저렇게 선언합니다. 별종의 세상입니다. 우리가 함께 즐기는 건 좋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건 싫은 종족의 세상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TV, 신문'이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을 때까지만 '대중'이라는 커다란 유행의 물결이 예측 가능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Mtv가 아이콘이었다면, 2000년 중반부터 불붙은 인터넷과 모바일이 아이콘일 듯합니다. 과거 TV가 유행을 만들 때, 사람들은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TV를 누르기 시작하면서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유행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의견을 참고하는 건 여전합니다.) 이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이어진 "소수의 별종 집단"끼리 '재미와 맞는 취향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미 예민한 사업가는 별종을 알아챈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가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잡스가 애플 컴퓨터를 광고하면서 IBM을 빅브라더에 빗댄 것(click), 우리나라에서 애플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도 그 기저에는 별종 의식이 있습니다. 주커버그의 Facebook역시, "나와 같은 별종"을 찾고 종족을 이루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과 마케터는 대중을 생각합니다. 현재 산업 형태가 '정상적인 사람'의 소비에 기대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TV는 여전히 시청률에 목을 매고, 제조업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유지합니다. 개성있는 개인에게 이런 문제는 취향 선택권이 좁다는 불편 정도입니다. 사실 큰 문제는 교육입니다. 교육조차 종모양 그래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비극입니다.
교육 개혁의 추세는 중간에 속하는 아이들을 위한 기준을 높이는 데 치중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중간'이 우리가 애초에 학교 교육을 시작한 이유이다. 문화를 '정상'으로 채워 넣기 위해서. ……그런 탓에 '정상을 생산해 내는 공장'은 불순물을 제거하고, 대량화하고, 아이들을 정상 기준에 맞도록 교육하느라 오버타임으로 가동되고 있다. -p.117
정상적인 공교육은 어쩔 수 없는 방치를 만들어 냅니다. 다양한 아이들이 한 반에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학습능력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교사는 한 시간에 한 번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가르칠 수준을 정해야합니다. 교사는 다시 종모양 그래프를 떠올리고 좁게는 68%, 좀 넉넉하게는 95%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가르칩니다. 그럼 5~32%의 아이들은 자연스레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업에서 멀어집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은 각자가 가진 종 모양의 꼭지점입니다. 교실의 현실과 아이들의 꼭지점을 조화롭게 만드는 게 교사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최근 몇 년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요약해서 설명합니다. 짧고 명확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릅니다. 바쁜 요즘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알맹이만 얘기합니다. 그래서 버릴 말이 별로 없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건 이 부분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혁명에는 다양한 측면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심오하지만 간과되고 있는 것은 이제 더는 대중이 중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와 '저들'은 없다. -p.140
<책에서>
'정상'은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을 말하며, 대중의 결정적 특징을 설명해 준다. -p.9
……마케터들은 계속해서 헛다리를 짚고 있다. 소부족에게 서비스를제공하고 함께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기보다는 거대 집단을 찾느라 분주하다. -p.51
'정상'에게 유리한 세력 : 대형 매체, 제조업체, 프랜차이즈, 대형 서비스업체, 대형 종교, 정치가, 법 집행기관, 운송업체 -p.94
이제 틈새시장은 없다. 대중도 없다. 부족에 가담하고 부족을 키우고, 혹은 부족에게 물건을 팔 사람들을 찾느라 애쓰는 부족만이 있을 뿐이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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