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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언어를 꽃피게 하라 | 로버트 레인 그린
    비문학 2013. 6. 21. 09:30




    모든 언어를 꽃피게 하라

    저자
    로버트 레인 그린 지음
    출판사
    모멘토 | 2013-04-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언어는 자유로워야 한다!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사랑하라!말에 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은 거의 출간되자마자 샀다. 그 뒤로 벌써 두 달의 시간이 지났다. 꾸준히 야금야금 읽는다고 노력했지만, 상당히 더디게 읽혔다. 물리적인 분량도 그렇고, 글에 담긴 추상적인 분량도 엄청났다. '언어'를 소재로 삼아서 일반 교양서를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언어'는 사실, 학문의 대상이다. 철학과 과학을 비롯해 관련된 인접 학문도 굉장히 많다. 용어 자체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인 로버트 레인 그린 아저씨가 대학에서 어문계열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읽을 수는' 있게 써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언어학'은 사람과 뗄 수 없고, 사람이 모인 사회와도 분리할 수 없다. 게다가 지구에서 쓰고 있는 말들, '유력한 말'들만 대충 추려도 상당하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등등. 저자는 "언어는 음악, 말은 재즈이고 글은 교향곡같다"라는 은유적인 주장을 구체적으로 펴기 위해서, 각 언어의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사회적 현상에 대해 꽤 상세하게 풀어놓았다.

     

    1. 언어 잔소리꾼 vs 너그러운 관찰자

     

      저자는 규범주의자들을 '잔소리꾼'으로 이름붙였다. 젊은 사람들이 문법에 틀린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손바닥을 때릴 기세로 달려드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반면에 너그러운 관찰자들인 언어학자들은 현실에서 사용하는 말들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 담긴 규칙을 찾고, 그것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지켜본다. 그리고 이 책의 깃발 색깔은 '너그러운 관찰자'이다.

     

    전형적인 문법 불평가는 다음과 같이 느낀다. -p.57

    - 영어(또는 다른 해당 언어)는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 언어 교육이 사상 최저 수준이다.

    - 발음에서부터 어휘, 문법, 속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의 새로운 변화들은 우리의 언어를 망친다.

    - 과학기술이 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 머지않아 우리는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 잔소리꾼은 언어의 수준 저하를 절대 방관하지 않으려는 강인한 무리의 일원이다.

     

      위와 같은 잔소리를 늘어놓는 '유명한 작가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깐다'. 공격당하는 사람 중에는 '빌 브라이슨'처럼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작가도 있다. 책의 초입부터 도발을 시작하면서, '잔소리꾼' 격파를 8장에 걸쳐 진행해간다. 이소룡이 탑을 올라가면서 적을 하나씩 깨는 것처럼.

     

    2. 독자를 사막 입구에 세워두고

     

      앞에서 언급했지만, 언어학은 굉장히 광범위한 학문이다. 수능을 치르고, 문학의 꿈을 품고 어문계열(국어국문, 영어영문)에 진학한 학생들이 굉장히 당혹스러워하는 복병이 바로 '언어학'이다. 만약에, 법학이나 상경, 이공계열을 공부한 사람들이 교양과목 수준의 '맞춤법, 옳은 말과 틀린 말'에 대한 책으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나는 장담할 수 있다. 생택쥐베리가 혼자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막에 불시착했는데, 웬 이상한 아이가 와서 양을 그려달라고 떼쓰는 것과 유사한 정도의 난감함을 느끼게 될 게다.

     

    초기의 촘스키는 우리의 뇌가 이른바 '변형(transform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해 의미에 기반을 둔 구조('심층구조')를 화자가 사용하는 단어들의 실제 배열 형태('표층구조')로 바꾼다는 가설을 발전시켰다. 후에 그는 변형문법을 포기했지만 다른 언어학자들은 그 이론의 맥락 속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p.153

     

    레이코프의 설명에 의하면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 프레임은 언어로 작동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을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요구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 -p.220 각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재인용

     

      야코프 그림이 나온다. 처음에는 <그림동화>의 그 사람이라고 하며, 안심을 시키다가 돌변해서 역사문법학이 어떻네 그렇네 하다가, 소쉬르가 나온다. 이번에는 시니피signifiant과 시니피에signifie를 툭툭 던지면서 구조주의 문법을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촘스키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심층구조와 표층구조, 변형과 생성문법 이야기를 돌직구로 던져놓고는 제프리 샘슨, 레이코프처럼 언어학이나 사회학, 정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얼핏 들어봤음직한 학자들까지 고개를 내민다.

     

    3. 오아시스를 지나면, 유럽 언어의 사회사가 기다리고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은 언어학이 끝이 아니다. 중간마다 '교양서적'다운 내용이 있다. 그곳에서 잠깐씩 목을 축일 수는 있겠지만, 비전공자에게 친숙한 비유에 닿으려면 모래알 같은 활자들의 사막을 건너야 한다. 오아시스라고 해도, 독자에게 마냥 친절하게 굴지는 않는다.


    사실 글을 잘 쓰는 길은 하나뿐이다. 책을 두루 읽고, 많이 쓰고 많이 퇴고하는 것이다.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수준 높고 편집이 잘 된 글을 계속 접한다면 그중 일부는 그런대로 괜찮은 글을, 어쩌면 빼어난 글까지도 쓸 수 있게 될 터이다. 물론 다수는 그리 되지 못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글쓰기는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일이 아니라 예술적 '기교'. -p.94

     

    사람들에겐 몹시도 믿고 싶어하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학문적으로 보이는 연구에 의해 '확증'되면 아주 기뻐한다. -p.112

     

      글쓰기를 연습하면 '그런대로 괜찮은 글'은 쓸 수 있지만, 다수는 그렇게 되지 못한는 '예술적 기교'라는 점을 빠뜨리지 않고 말한다. 우리들이 '믿고 싶은 사실'들에 힘을 더해주는 일련의 '학문적으로 보이는 연구들'―여성이 하루에 쓰는 어휘가 남성보다 많다―에 관심두는 것마저 꼼꼼하게 지적한다.

     

      그 뒤에는 꽤 상세한 유럽 언어의 역사가 정치적, 사회적 배경과 함께 쏟아지기 시작한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의 형성, 이탈리아어의 형성, 스페인어 내부의 갈등, 터키어의 개혁, 슬라브어의 민족의 갈등, 인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언어 문제까지. 거기에 이스라엘 민족이 거의 죽어있던 글말(文語)인 히브리어를 입말(口語)로 다시 살려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그리고 덧붙임 수준으로 중국어와 일본어의 문자 표기 체제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중국어에 대한 번역의 아쉬움이 있다. 중국어 병음표기를 잘 모르고 우리말로 옮긴 게 몇 군데 보인다. [日 ri 를 '리']로 하는 것 따위.)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서양사의 줄기를 어느정도 잡고 있어야 레인 그린 아저씨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언어와 정치, 사회 문제를 다루다보니, 상당히 광범위한 역사적 지식이 필요하다.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사건들, 신성로마제국과 프로이센/바이마르 공화국,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바스크 지방의 이야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까지. 독자들의 배경지식이 많으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지만, 유럽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면, 물도 없는 사막횡단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마지막 8장에 거의 다 담겨있다. 국가 권력이 나서서 말을 통제하고, 바르게 쓰기를 강권하는 것은 어느정도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게다가 언어를 가지고 '장난치며 노는' 것은 거의 만국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자 사실'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말한다.


    규범주의자들은 언어를 법으로 본다. 살인하지 말라, 물건을 훔치지 말라, 그리고 부정사를 분리하지 말라. 언어는 사실 음악과 아주 비슷하다. 말은 재즈다. 기본규칙들을 배워서 좀 익히고 나면 언제라도 즉흥 연주를 할 수 있다. 글쓰기는, 이미 확립돼 있는 형식과 전통의 지배력이 재즈의 경우보다 큰 고전음악의 작곡과 좀 더 비슷하다. -p.429~430


      우리나라도 국립국어원이라는 정부기관이 있다. 새로운 말을 만들어서 '순화어' 보급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언어 현실을 반영해서 대중의 발음을 인정하기도 한다. 최근에 인정한 '짜장면'과 같은 낱말이 그렇다.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언어에 대해 비유하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언어는 정확하게 구분된 상자가 아니라, 뭉게뭉게 이어지는 구름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이동을 따라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언어를 고정시키고 막을 방법은 없다. 말이 통하지 않을거라고 걱정하는 '잔소리꾼'의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말은 사람의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바뀌어 간다. 그러니 잔소리는 그만하시고, 바뀌어가는 언어를 재밌게 관찰하자며, 저자는 책을 맺는다.

     

     

    <책에서 : 상당히 많다>

     

    언어에 관한 신화들은 '우리'를 정의하고 '그들'을 멀리하는 데 한몫을 한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자기네의 언어나 방언이 가장 명료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논리적이며 표현도 가장 풍부하다고 말한다. ... "아, 이 단어는 우리말 특유한 거여서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기가 불가능해요." 그러고는 곧바로 그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줌으로서 자신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 "X는 번역할 수 없다."라는 주장은 대개 "우리말에는 X라는 단어가 있는데, 당신네 말로 표현하려면 서너 단어가 필요하다."라는 정도의 얘기에 불과하다. -p.43~44

     

    잔소리꾼들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글을 써야 하는지를 가르치려 한다. 반면에 언어학자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말을 하고 글을 쓰는지를 알아내고, 관찰이나 기술(description)로부터 '규칙들'을 추론해낸다. -p.119

     

    야코프 그림은 언어가 사용자의 태만함 속에서 아무렇게나 변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현대 독일어 단어들을 그 조상인 고트어 및 그리스어 단어들과 맞춰보는 과정에서 한 언어의 어떤 소리들이 다른 언어의 연관된 소리들에 거의 언제나 대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p.133

     

    잔소리꾼임을 자임하는 사람들은 글말(문자언어)이 이른바 논리성, 명료함, 우아함, 문체에서 입말(구어)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p.150

     

    언어학은 윤리학이 아니며, 인문학 또한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학이나 정치학과 더 가까운데, 그것은 이들 학문처럼 언어학의 연구 방법도 매우 이론적인 것부터 철저히 계량적인 것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p.152

     

    사회경제적 사다리를 내려감에 따라 종업원들의 말씨는 점점 더 '뉴욕다워'졌다. 셋 중 가장 급이 낮은 에스클라인에서 종업원들이 'fourth'와 'floor'의 r을 발음하지 않는 비율은 90%를 상회했다. ... 그렇다고 r을 발음하는 게 '신중'하거나 '교양' 있고, 그래서 올바른 것인 반면에 r의 누락은 '무식'하거나 '나태'하다는 뜻은 아니다. -p.162

     

    '조정(accommodation)' ... 의도적인 거리 두기가 그것이다. 학생들을 호되게 꾸짖거나 실망을 표할 때 나는 일부러 더 공식적이고 딱딱한 태도를 보인다. 내가 교수이고 그들과는 사제 관계에 있으므로 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엔 '우리는 같지 않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p.167

     

    고약한 일을 급격하게 당하면 사람들은 즉각 자신의 모국어로―또는 신의 방언으로―돌아간다. -p.184

     

    문법상의 성(性)이 임의적이라 해도 보로디츠키는 그것이 사람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스페인어에선 남성명사이나 독일어에선 여성명사인 단어들과 그 반대인 단어들을 수집하여 실험을 했다. 예컨대 독일어 '열쇠'는 남성명사다. 독일인에게 열쇠를 묘사해보라고 하니 '단단하다, 무겁다, 금속이다, 유용하다' 같은 단어들을 많이 선택했다. 반면에 '열쇠'가 여성명사인 스페인 사람들은 '금빛이다, 조그맣다, 사랑스럽다, 복잡하다' 따위의 말을 더 많이 사용했다. -p.210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타요레족의 쿠크타요레어에는 ... 고정된 기본 방위들만 사용한다. 그래서 "네 남서쪽 다리에 개미가 있어." 라거나 "잔을 북북동으로 조금 옮겨."와 같이 얘기한다. -p.211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언어들', 즉 각각의 사전과 문법서들에 똑떨어지게 정리돼 있는 그런 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말이 방언이었다. ... 민족국가가 출현했기 때문에 뚜렷한 경계들로 나뉘게 되었다. -p.235

     

    문학은 언어의 위세를 담고 키우는 수단으로, 세르반테스, 라신, 민턴 같은 작가들은 각기 스페인어를 스페인어로, 프랑스어를 프랑스어로, 영어를 영어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또 하나는... 스페인과 프랑스는 언어를 위한 공식적 학술 기구를 만드는 길을 밟아서 1635년 아카데미프랑세즈가, 1713년 스페인 왕립학술원이 탄생했다. -p.242

     

    루터의 도움을 받아 태어난 이 독일어는 한 민족이라는 의식으로 가톨릭교도와 신교도까지도 한데 묶을 수 있었던 독일적 정체성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 피렌체 출신인 단테와 보카치오, 페트라르카의 저작들이 사실상 문어의 표준 구실을 했다. -p.248, 249

     

    1860년대에 사르데냐 왕국에 의해 이탈리아가 통일되었을 때, 신생 '이탈리아 국민' 중 집에서 이탈리아어라 할 만한 말을 쓰는 사람은 고작 2~3%였다고 한다. 어떤 방언들은 서로 다른 정도가 현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의 차이만큼이나 됐다는 것이다. -p.250

     

    반유대주의의 가장 오래된 유형은 유대인이 그리스도를 살해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 그러나 민족주의 시대에 들어 유대인들은 그리스도 살해자로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소수민족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p.256

     

    프랑코는 갈리시아어를 했으나 그 말을 포르투갈어로 간주해 공식석상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소수집단 출신이면서도 독재 권력을 잡자 소수집단들을 박해한 점에서 코르시카 사람 나폴레옹, 그루지야(조지아) 사람 스탈린과 같은 유였다. -p.267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1개 언어가 진정한 평등을 구가하는 낙원이 아니다. 전체 인구의 10분의 1 미만이 사용하는 한 언어가 다른 언어들보다 뚜렷이 '더 평등'하다. -p.275

     

    현대의 정부는 광범위한 권력을 이용해 언어의 규칙들 자체를 손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저런 단어와 어구를 금지하고, 난데없이 새 말을 지어내고, 표기 체계를 바꾸는 등 국가권력을 이용해 언어의 자연적인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p.307

     

    (언어를) 순수화하는 개혁은 근대화의 일환이라기보다는 사실 정체성과 불안감의 문제에―즉, 차용에 의해 언어가 불순해지면 민족 자체가 오염되리라는 두려움에―대처하는 한 방식이다. -p.309

     

    아타튀르크의 진짜 동기는 순전히 정치적이었다. (아랍어 문자에서 로마자로) 문자 전환을 통해 터키를 중동에서 끌고 나와 유럽에 편입시키려 한 것이다. -p.313

     

    프랑스의 정치문화에는 나폴레옹, 필리프 페탱, 샤를 드골 같은 강력한 지도자를 존경하고 전통과 가톨릭교회, 엘리트 집단의 가치를 믿는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하나의 경향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 프랑스 공화주의와 전통적 엘리트주의의 공통점은 양쪽 다 국가 주도적인 하향식 통제 정책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p.323

     

    사람은 누구나 많은 시간을 들여 애써 배운 것에 강한 애착을 지니게 마련이다. ... 한자를 옹호하는 부차적인 주장들, 한자 학습이 "정신을 단련해서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준다."라거나 "정신적 기율을 함양하는 데 좋다."라는 식의 주장... -p.357

     

    막스 바인라이히는 대중의 머릿속엔 흔히 "방언이라도 육군과 해군을 거느리면 언어가 된다."라는 생각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p.359

     

    (중국인들은) 자기네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정체성, 역사의 공유 외에) 또 다른 이유는 문자가 말의 차이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p.361

     

    언어계획의 이면에 높인 진정한 동기는 대체로 정치적이다. 언어 개혁을 하면 그 덕을 보는 승자와 손해를 입는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p.365

     

    영어가 세계 언어의 마이크로소프트라면 프랑스어는 애플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의 매끈한 은빛 컴퓨터가 그러하듯, 프랑스어는 저 거수(巨獸) 같은 존재가 내놓은 변변찮은 물건에 결코 의존할 수 없다는 숱한 창조적인 사람들, 생각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멋을 의식하면서 선택하는 언어다. ... 프랑스어를 택하는 이가 상대적으로 적기는 해도, 그러는 사람들은 대개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없거나 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을 낮추어 본다.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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