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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중요하다면, 한 마디로 말하는 게 효과적이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하고자하는 말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핵심을 관통하지 못할 때 종종, 이야기가 길어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요약하자면, 강조해서…'와 같은 말로 했던 말 또하고, 또하는 경우가 그렇다. 알랭 드 보통이 기획한 <인생학교>는 이런 점에서 '효과적'이다. 길지 않고, 간결하다. 그래서 핵심도 명확하다.
이 책에서는 '돈과 맺는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며, '비슷한 것'에 현혹되지 말기를 부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돈 걱정'과 '돈 문제'는 전혀 다른 범주의 내용이라고 말한다. '걱정'은 심리적이고, 돈과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문제'는 정말로 '돈 그 자체'에서 빚어지는 곤란함이라고 한다. 또 '가격'과 '가치'의 다름에 대해 독자가 생각하도록 질문을 잇고, '필요'와 '욕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의 출발이 되는 핵심은 아래의 글에 모두 담겨 있다.
당신과 돈의 관계에는 상상력, 가치관, 감정, 태도, 야망, 두려움, 기억 등이 포함된다. 순수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즉 돈의 양으로 (소득을 늘리든지 아니면 적은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든지) 돈 걱정을 해결하는 것은 이상적인 전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돈과 당신의 관계와, 그 관계에 대한 당신의 감정feeling을 다루는 것이다. -p.48
돈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에 작용하는지, 우리들은 어떻게 돈과 관계를 잘못 맺고 있는지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따금 영국이나 호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서울이 보이는 듯한 내용이 보여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우리가 부자들에게 느끼는 감정들은 참 애매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른 누군가로부터 돈을 빼앗아 부자가 되었다'라든가, '가만히 앉아서 유산으로 부자가 되었다'와 같은 감정도 보이고, '솔직히 부럽다'는 상반된 감정도 나타난다. 그런데 왜 '돈'에서 감정적인 상처를 입게 되는 걸까.
사실 우리가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는 상대방이 나보다 부유해서가 아니다. 그의 말이나 태도에서 '당신은 돈을 많이 써야만, 나는 당신을 존경할 거야'라는 기운이 드러날 때, 우리는 모욕감을 느낀다. -p.89
이 문장이 눈에 닿을 때 활자가 갑자기 크게 보였다. 부유함의 문제는 타인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자존감이나 인격과도 연결되어 있는 감정적인 것이라는 이야기. 단편적으로 접했던 '돈과 관련된 심리적 문제'를 다룬 연구 결과들도 떠올랐다. 방글라데시나 부탄 사람들이 어째서 미국, 일본 사람들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다른 사람이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 따라 자신의 급여에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대한 연구들이 하나로 엮였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사이의 협상으로 정해진 공개적인 것이다. 가치는 개인적이고 윤리적이자 미적인 판단이다. 궁극적으로 개인에 의해 정해지고, 그의 지각과 지혜와 성품에 기초한다. 따라서 당신 스스로 가치의 크기를 정의할 수 있다. -p.167
"돈"에 대한 이야기의 흐름은 결국 '관계 맺기' 문제로 흘러갔다. '신분은 집단현상이어서, 어떤 사람은 존경받고, 어떤 사람은 무시당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전제하며, '살아가는 동안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적절한 친구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라고 다독인다. 개인의 힘으로 사회 전체에 팽배한 신분 부여 과정을 개혁할 수 없다는 점까지도 잔인하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세계의 여러 사물과 관계를 맺을 때, 특히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에는 '가격'을 잣대로 하지 말고 '가치'로 판단하라는 부탁도 잊지 않는다.
<책에서>
돈 걱정
1. 돈이 없으면 나의 산회적 신분이 낮아질 것이다.
2. 돈 때문에 인생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3. 내가 갈망하던 것들을 죽을 때까지 갖지 못할 수도 있다.
4. 돈에는 운명 같은 게 있어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적은 돈으로 신나게 사는 사람들의 비밀
1.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한다.
2.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3. 뛰어난 취향을 가졌다.
4. 창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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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누군가는 돈을 신격화할지도 모른다. 이는 노골적인 믿음의 차원이 아니다. 그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서, 은연중에 '돈의 신격화'가 드러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p.72
경제학은 돈에 관한 문제에서 개인을 배제함으로써, 그 자체를 '과학'으로 만든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우리가 꼭 이해해야만 하는 것들을 종종 놓친다. 돈과 우리의 개인적 관계에 대한 은밀한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p.72
우리는 종종 지나치게 과도한 격려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 상대방을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p.88
우리는 너무 자주 남에게 "너도 나처럼 해!"라고 강요하며, 자신의 삶을 다른 이들의 본보기로 만들려고 한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들어주는 것이다. -p.91
돈과의 관계를 개선해줄 올바른 친구 찾기
1. 우리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격려해주는 사람
2. 다른 사람을 모욕하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
3. 돈에 대한 절망감이나 분노를 전파하지 안히는 사람
4. 좋은 습관을 격려하는 사람
5. 자신의 경제적 경험에 대해 솔직한 사람
6.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당신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
7. 돈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해주며 어떤 어려움에도 당황하지 않는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집은 우선적으로 '가정home'이고 두 번째로는 경제적인 수단인가? 아니면 우선적으로 경제적 관심이고, 두 번째로 삶을 영위하는 장소인가? -p.98
결혼을 결심한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 뭔지 아는가? 바로 결혼이 엄청나게 복잡한 일이라는 것이다. -p.120
우리는 '필요와 욕구'의 문제가, 반드시 '평범함과 세련됨' 또는 '값싼과 값비싼'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기본과 세련'은 한 대상의 복잡함에 대한 정도의 차이다. '값싼과 값비싼' 역시 가격이나 수요와 관련된 구별이다. -p.147
신분은 집단현상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집단 안에서 누군가를 존경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집단에서 최고의 사람으로 인식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집단에서 좀 모자란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p.154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적절한 친구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혼자 힘으로 사회 전체의 신분 부여 과정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우리는 신분을 제대로 부여해주는 체계를 찾아내고 만들어가기를 희망할 수 있다. -p.155
우리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더 크고 훌륭한 목표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더 이상 헛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p.182
돈이 많다는 건, 행동의 제약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쉽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조금 끔찍한 말이지만, 그것이 대개 그들의 불행을 자초한다. -p.233
돈 문제는 돈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말 단순히 돈 그 자체에 관한 것이다. 만약 내가 빚더미에 앉아 있는데 돈이 하나도 없다면 난 정말 큰 문제에 빠진 것이다. 반면 우리의 돈 걱정은 거의 대부분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는 대체로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 그 해결책, 즉 돈에 대해 덜 걱정하는 길은, 우리가 돈과의 관계에 기여하는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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