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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학교 일, 로먼 크르즈나락
    비문학 2013. 5. 16. 00:34






    인생학교: 일

    저자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3-01-1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나의 ‘일’을 사랑하라!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인생학교: 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알랭 드 보통은 삶의 전반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시작한 그의 삶의 탐구는 프루트스의 이야기를 지나, 연애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하다가 철학자들까지 삶에 개입시킨다. 여행을 떠나서는 무엇에 신경을 곤두 세우는 게 좋은지, 우리는 왜 불안에 떠는지 우리 대신 고민하고, 답안을 내밀기도 한다. 건축물을 보면서 행복을 찾기도 하고, 공항의 삶, 일하면서 얻게 되는 생각들까지 잠시 거리두기 작업을 통해 관찰과 생각을 한다. 그의 이런 일련의 '관찰'과 '성찰'은 결국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지기 위한 준비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생각의 결과물이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분교를 심고 있는 '인생학교'이구나 싶다. 도제교육 이후, 학교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지식과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리 높은 단계의 학교를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인생에서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보장을 얻을 수 없다. 학교에서는 많은 것을 가르치고 있지만, 도저히 가르쳐줄 수 없거나, 가르칠 조건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그와 같은 생각,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인생학교'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몇 가지 강좌를 시작했다. "섹스, 일, 돈, 시간, 세상, 정신". 여섯 가지 주제의 강의가 각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출판됐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걸림돌에 대해 각각의 저자들은 바라보는 시점을 달리할 것을 주문한다.

     

      인생학교 <일>은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젊은 사람들은 일에서 보람을 찾고, 자기 정체감까지 찾기를 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에 취직했다가, 금세 그만두고 나오면 으레 주변에서는 이런 말이 들려온다. "곱게 자라서, 어려운 걸 하지 않으려고 그래! 우리는 먹고 살게 없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고!"

     

      우리나라의 성장에 윗세대의 노력과 희생이 녹아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윗세대의 희생은 에밀레종이 이루어지기 위해 던져진 아가처럼, 깎아내릴 수 없는 업적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삶에서 일을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개인의 정체성을 일에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시점이 왔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이 하나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윗세대의 어른들은 그런 젊은이들이 배가 고프지 않다고 손가락질 하는 장면이 종종 벌어진다.

     

    한 인간을 완전히 뭉개버리고 파괴하고 싶다면 무시무시한 살인자라도 벌벌 떨 만한 가장 끔찍한 형벌을 내려라. 전혀 무익하고 의미 없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말로 선언하듯 시작한다. 이 구절은 꽤 여러 번 접했는데, 볼 때마다 군대가 떠올랐다. 봄가을로 열심히 삽을 놀리고, 겨울에는 반복해서 내리는 눈과 싸우고 여름에는 장마와 싸우는 군인의 생활. '한 인간을 완전히 뭉개버리고 파괴할 수 있는 일'이 되기에 충분했다. '나라를 지키고, 민간인을 지키는 일'이라는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면 정말로 모두가 좌절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군대를 떠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각해 봐도 그런 일들은 꽤 많은 곳에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돈'이라는 의미만 그 일에서 찾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에서는 부모에게서 가업을 물려받는 일도 드물고, 강요에 의해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줄었다. 그렇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시간'으로 다른 사람의 '돈'을 샀다. 그 뿐이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선택권 없는 인간의 삶은 도저히 견딜 수 없지만, 선택권이 지나치게 많아도 과부하의 티핑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선택권은 더 이상 당신에게 자유를 주지 않고 오히려 약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p.53

     

      "일"에 관련된 진짜 문제는 슈워츠의 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선택권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듯하다. '교육은 우리를 특정한 직업군에 가두어버린다. 적어도 진로를 정하는 데 상당한 강제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p.59'라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도 명확한 진실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너무 어린 시기에 너무나 다양한 선택을 앞에 두고, 그 순간의 '취향'과 '능력'에 의해 수많은 직업군이 가지치기 당하고 만다.

     

      저자는 충만함을 찾기 위해서 고려할 여러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직업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측면이라든가, 직업상담사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면서 고민해보라는 조언들.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조언들을 몇 가지 건넨다. 저자의 질문들과 몇 가지 새로운 관점의 조언들을 통해, 지금까지 갖고 있던 직업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러나 읽을수록 우리나라 청년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와는 일정부분 거리감이 있었다. 우선 영국 런던이 삶의 공간이다. 경영컨설팅을 하던 사람, 변호사를 하던 사람, 음악을 하다가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 겪는 '잃어버린 무엇'을 이야기의 도입부로 삼고 있다. 이 이야기를 풀어낸 영국이나 근처 유럽의 독자들에게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노량진 1평짜리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에 사활을 건 청년들에게. 월급 100만 원의 계약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현재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지만 '뭔가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린다. 당장 일을 그만두더라도 6~12개월 이상 저축해 놓은 돈으로 기존의 삶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 도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굉장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직업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다섯 가지 측면

    1. 돈을 버는 것

    2.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

    3.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4. 열정을 따르는 것

    5. 재능을 활용하는 것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하는 문제를 다루는 책이나 신문기사에는 암암리에 그것이 여성의 능력(혹은 의지) 문제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신문이나 경제지, 여성지에는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가면서 기업의 CEO인 동시에 최고의 가정주부라는 초인적 묘기를 보여주는 여성들의 인터뷰가 소개되곤 한다. -p.199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 - 알베르 카뮈,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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