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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와 글쓰기 | 롤랑 바르트
    비문학 2013. 4. 20. 13:23





    이미지와 글쓰기

    저자
    롤랑 바르트 지음
    출판사
    세계사 | 1993-11-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회화, 사진, 영화의 장르별로 나누어 고찰한 프랑스 문학평론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미지는 하나의 체계의 보관소가 아니라, 체계들의 생성단계라고 할 수 있다. -p.13"

     

      이미지 범람의 시대다. 사람들의 시선은 활자보다 그림에, 화려한 영상에 머문다. 언젠가부터 장편 소설이나 시집을 읽는 일은 수도승의 일처럼 여겨지게 됐다. 마치 고전 문학 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자기 수양을 하거나, 오체투지라도 하는  것처럼 보는 시선들이 많아졌다. 활자의 흐름을 자신의 내부로 받아서 재조직한 다음 이해하기 보다, 몇 시간 동안 TV나 영화를 통해 이미지를 담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미지 시대. 이미지와 글쓰기의 특성은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 이러한 고민은 이미 프랑스의 한 비평가가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게 있었다. 이 책, <이미지와 글쓰기>는 롤랑 바르트가 생각한 이미지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다.

     

      이미지는 기호로서의 특성을 갖는다. 단순히 눈 앞에 '딱!'하고 나타나서 그것이 전체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는 보는 사람에게 해석되고 보충되어야 하는 속성이 있다. 그림 그자체로만 인식한다면, 이미지를 만들어낸 사람의 의도만 일방적으로 보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롤랑 바르트는 말한다.

     

    “가장 단순한 어휘 속에서 이처럼 의미의 보충이 확립된다. 만일 이같은 의미의 보충이 없다면, 예술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커뮤니케이션만이 있을 뿐일 것이다. …… 우리는 그 결과를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기호들의 창조적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예술가를 구성하는 것은, 해결의 방책이 없는 이같은 복수적인 상황이다. 예술가는 모순의 끝에 이르를 수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그 구조 자체에 의해 하나의 선택 (독자는 항상 거기에 자신의 마지막 말을 덧붙인다)을 결정적으로 발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p.21

     

      그림이나 영화를 보면서, 각자 나름대로 의미를 덧붙이고 해석하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기호로 이해하고 독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예술을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이미지를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눠서 고민한다. 회화, 사진, 영화로 나누고 있는데, 이미지 매체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롤랑 바르트는 회화에서 예술의 측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만, 사진에서는 메세지로서의 특성에 대해 깊이 다룬다. 영화에서는 조금 아쉽게도, 동적 이미지를 다룬다기 보다는 '스틸사진'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롤랑 바르트가 다루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관점은 '시선과 의도'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특히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루면서, 속성을 드러내준다. 바로 현실적, 비중립적, 비극적이라는 점이다.

     

    사진의 현실성은 <그곳에-존재-했었음>의 현실성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진 속에는 그것은 이렇게 일어났다라는 항상 아연실색하게 하는 명백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따라서 우리가 안전지대에 있다는 귀중한 기적같은 현실을 소유하게 된다. -p.101

     

    시선은 중립성을 의미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중립적이 될 수 없다. ... 시선은 항상,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찾는다. 그것은 불안한 기호이다. -p.111

     

    사진을 죽음과 관련지어야만 할 것입니다. ... 사진찍히는 것은 주체의 어떠한 한 순간이고 그 순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 사진을 찍고 읽는 각자의 행위는 은연중에 억압된 방식으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즉 죽음과의 접촉입니다. -p.131

     

      우리는 사진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안전하다' 또는 '사진 속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현실'을 소유하게 된다. '9.11 테러' 이미지를 보면서, 우리는 '보고' 있음을 통해 안심하게 된다. 그리고 시선의 비중립적인 속성 탓에, 특히 보도 사진의 경우에는 제목에 따라서 <조선일보>에 어울릴 수도 있고, <한겨례>에 맞을 수도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번역'이 80%이상이다. 주어와 서술어의 문장 호응이 어색한 것은 가벼운 문제에 속한다. 추상적인 프랑스어 문장을 적절히 소화해서 우리말로 번역을 해야하는데, 프랑스어 문장을 된장에 찍어서 씹다가 뱉어 놓은 것처럼 거북하다. 지나치게 추상적인 표현은 아무런 알갱이도 담을 수 없는 그릇이 될 우려가 높다.

     

     

    <책에서>

     

    앙드레 마송의 화법은……일종의 증발된 형상적 자국으로서의 표의문자 속에 있는 동작과, 자신의 몸에 의거해서 붓을 움직이게 하는 화가나 서예가의 동작의 '생략적 축약'을 강요한다. 문자가 자신의 진실 속에서 표명되기 위해서는, 문자는 해독불가능한 것이어야만 한다. -p.25

     

    그 본질을 더 잘 해석하게끔 하는 것은, 새것이거나 사용하지 않은 상태일 때가 아니다. 그것은 어느정도 사용되고 약간은 더러워지고 조금은 방치된 흐트러진 상태 속에서이다. 사물의 진리가 읽혀지는 것은 폐기물에서이다. -p.30

     

    현대적 사물들은 그것들을 표명하는 사회적 코드 이외에는 다른 본질을 갖고 있지 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실 현대적 사물들은 절대로 더이상 (자연에 의해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복제된 것>이다. 왜냐하면, 복제야말로 현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p.60

     

    보도사진은 하나의 메시지이다. ... 보다 추상적인 그러나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은 신문의 제명이다. (왜냐하면 이 제명은 엄밀한 의미로 메시지 해독을 강력하게 방향전환시키는 앎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진은 <조선일보>에서 <한겨례>로 옮겨 가면서 그 의미가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 -p.65

     

    한 장의 사진은, 회화에서와는 반대로, 매우 드물게(즉, 매우 어렵게) 희극적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희극은 움직임, 즉, (영화에서는 손쉬운) 반복이나 (그림에서는 가능한) 전형화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 두 코노테이션 (connotation : 함축, 내포 의미)은 사진에서는 금지되어 있다. -p.77

     

    예전에는 이미지가 텍스트를 삽화로 보여주었으나 (텍스트를 보다 명확하게 해주었으나), 오늘날에는 텍스트가 이미지를 무겁게 만들며, 이미지에 문화, 도덕, 상상력을 부담지운다. -p.78

     

    텍스트는 이미지의 의미(signifie) 사이에서 독자를 지도하며, 어떤 것은 피하고 어떤 것은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흔히 섬세한 배치(dispatching)를 통해 텍스트는 독자를 사전에 선택된 의미로 원격조정한다. … 이미지 의미의 자유에 비해 텍스트는 억압적이다. -p.96

     

    우리는 한가함, 시간적인 자유, 휴가로부터 출발하여 영화관에 간다. ... 우리가 꿈을 꾸는 것은 영화 앞에서가 아니라 영화에 의해서이며, 그것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로 관객이 되기조차 이전부터인 것이다. -p.182

     

    의미의 미묘함이 결정적인 것은... 의미가 고정되고 또한 강요되는 때부터, 또한 미묘하지 않은 것이 되는 때부터, 의미는 하나의 독, 하나의 권력의 목적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의미를 미묘하게 한다는 것은, 따라서, 의미의 광신을 분쇄하고 굴절시키고 해체하는 것을 겨냥하는 모든 노력과 마찬가지로, 이차적인 정치 활동인 것입니다.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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