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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의 법칙 | 쇼펜하우어
    비문학 2012. 12. 25. 00:53




    토론의 법칙

    저자
    쇼펜하우어 지음
    출판사
    원앤원북스 | 2003-06-1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논쟁과 토론에서 상대방에게 사용할 수 있는 38가지 토론기술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바야흐로 논술의, 토론의 시대. 21세기 대한민국은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시대다. 어떤 학생들은 논술에 엄청난 공―대단히 다의적인 의미에서―을 들여가며 글쓰기를 ‘공부’한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들어가면, 수업시간에는 더욱 악랄한 요구를 교수에게로부터 받게 된다. 대학에 들어서면 글은 기본이 되고, “말을 잘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하는 토론 수업도 요청의 연장이다. 토론의 성격은 매우 곤란한 부분이 있다. 한 주제에 대한 진리를 순수하게 추구하고픈 두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과, 서로가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벌이는 한편의 칼싸움이라는 측면이다.


    #1. 날카로운 혀로 승부를 가르는 기술학 : 논쟁적 토론술


      쇼펜하우어의 정의에 따르면 토론은 잔인하다. 절대적인 가치와 진리 따위는 토론에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논리와 가차 없는 공격을 통해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싸움이라 정의한다. 손석희옹이 진행하는 “100분 토론”따위의 토론프로그램을 보면, 쇼펜하우어가 지적하고 있는 부분을 상당히 여러 번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토론에서 무조건 이기는 38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있고, 상대방을 기만하는 기술도 있다. 38번째로 소개되고 있는 기술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본능적으로 습득하고 있는 기술이다.


    “38 인신공격은 최후의 수단이다 : 상대방이 탁월한 사람이라 우리가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인신공격이나 모욕 그리고 무례한 행동으로 공격을 해야 한다.” -p.114


      쇼펜하우어는 ‘논쟁적 토론술’을 ‘논리학’과 구분한다. 쇼선생은 학술회의에서처럼 하나의 동일한 목표를 향해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논리학’으로 규정한다. 그가 ‘논리학’에서 떼어내고자 했던 ‘논쟁적 토론술’은 객관적 진리는 제쳐 두고,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술학으로 구분하고자 했다.


    #2. 인간의 사악함에 대한 토로 : 지적 허영심

      이 책에 담긴 쇼선생의 인간 내면에 대한 묘사는 섬뜩하다. 인간은 보다 나은 것을 추구한다. 올림픽의 정신도 그것이 아니었던가? “Citius, Altus, Fortius”―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신체적으로 우열은 명백히 드러난다. 하지만 지적 능력은 겨뤄보기 전에는 우열을 판단하기 어렵다.


      아무리 다시 봐도, 순자 형님이랑 의형제일 것 같은 쇼펜하우어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 이런 사악함이 없다면, 즉 인간이 근본적으로 정직하다면, 모든 논쟁은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할 것이며, 나와 상대방 중 누구의 견해가 진리에 부합되는가 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p.126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예외가 있을까? 나는 쇼펜하우어 선생이 그어 놓은 동그라미 안에 확실하게 포함되어 있다.


    #3. 건전한 토론의 존재 여부 : 거의 희박


      건전한 토론은 존재하기 매우 어렵다. 그 가능성이 극희 희박하다. 학술회에서 벌어지는 논의는 토론이 아니다. 학술 ‘회의’이지. 건전한 토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적 허영심을 포기해야 한다. 남들보다 지적으로 우월함을 느끼는 쾌감을 포기해야 한다. 이 부분을 가만히 놓고 보면, 국회의사당의 상황을 순순히 인정할 수 있다. 원래 그러한 걸.


      시니컬쟁이 쇼선생이 건전하고 진정한 토론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닥치는 대로 아무하고나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되며, 자신이 잘 알고 있고, 결코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그랬을 경우 매우 창피하게 여길 만큼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들하고만 토론을 해야 한다.” -p. 118


      “권위로 내리누르지 않고, 근거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며, 상대방의 합리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 진리를 높이 평가하고 상대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정당한 근거에 대해서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평무사한 사람,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주장이 진리라는 판단이 서면, 기꺼이 자기주장의 부당함을 인정하는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사람하고만 토론을 벌여야 한다.” -p. 119


      쇼펜하우어의 짧은 책자는 유쾌하기도 했지만, 우울했다. 대중들이 지적으로 무감각한 것에 대한 토로, 전문가들의 횡포에 대한 토로, 인간의 사악한 일면에 대한 토로, 훌륭한 토론자가 없음에 대한 토로. 토로로 가득한 이 책은 마키아벨리즘이 가득하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상대방의 되먹지 못한 술책을 가려낼 수 있는 시력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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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oem_정원사_책들이 있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