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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 | 제리 B. 하비비문학 2012. 12. 24. 23:52나는 부정행위를 했다. 학생들은 시험에 든다. 중고등학생이라면 일 년에 적어도 네 번의 시험에 든다. 학생들은 충동을 느낀다. '부정행위'에 대한 충동을. 나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이타주의'를 실행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기말고사에서 친구가 모르는 답을 알려줬다. 앞의 두 친구가 내가 건넨 쪽지를 받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꼭 '야마시타'같은 친구였던 그 녀석─국사 선생님이 적발했다. 친구의 어려움과 난처함을 도왔던 행동은, '부정행위'란다. 평소, 선생님들이 설교하고, 교과서에서 노래하고, 실용서에서 읊조리는 '팀워크와 협동 정신'은 그렇게 망가졌다.내 고교 시절의 추억은 이력의 오점이 되었고, 원하는 대학에 수시 원서를 넣었을 때, 추억 덕에 떨어졌다. 그래도 추억은 달콤한 어지러움으로 남았다."만약 하나님이 정말 위대한 분이라면 '하나님이 생쥐라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해도 뭐라고 하시진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작자의 딸은 본질을 꿴 인간이었다. 권위에 대한 물음과 의심. '윤리와 원칙'에 어긋나는 조직의 집단사고에 'NO'라 내지를 수 있는 용기를 이 책은 말한다. 늘 의심하고 고민했다. 최근엔 더 했다. 왜, 리더쉽에 관한 책은 범람 위기인데, '팔로워쉽(Followership)'을 다룬 책은 없는가. 의심하던 내용을, 이 책을 해제해 준 황상민 교수 덕에 털어낸다."상사의 지시에 의문을 제시하거나 타당성이 있는 과제인지를 묻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물어봐야 할 일이지만 보통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상사의 지시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이것조차 쉽지 않다. 질문 자체가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항의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하직원은 '눈치'가 필요하고 상사의 입장에서도 부하직원으로부터 뜬금없는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나름의 '요령'이 필요하다." -pp.22.누구나 다 알기에 책은 내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러운 조직'이라며 비난하지만, 실존을 위해 기술─눈치와 요령─을 쓴다. 책임을 회피하는 면죄부로 '무조건 열심히'하는 행동을 취하는 부하직원들은 저자가 말하는 '에빌린 패러독스'에 빠져든다. 조직에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위험하다. '명'은 하늘에 맡겨야지, 조직·상사에게 맡기면 곤란하다.저자는 '에빌린 패러독스'를 '조직의 구성원들이 아무도 원치 않는 여행을 떠나는 그러한 성향'이라 정의했다. 휴일에 게임 하면서 잘 쉬고 있는 가족에게, 장인이 난데 없는 제안을 한다. 땡볕이 이글대는 텍사스에서, 85킬로미터 떨어진 '애빌린'으로 에어컨도 없는 자동차를 타고 외식을 하러 가자는 이야기. 가족들은 누구도 가고싶지 않지만, '모두가 가고 싶어 한다는 스스로의 부정적 상상'에 굴복하고, 동의되지 않은 합의를 향해 달린다. 결국, 저자의 가족들은 에빌린에 다녀와서 고생을 되게 했다. 만약, 이 일을 조직이나 기업이 당했고, 에빌리으로 달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즘 유행어로, "이건 아니잖아."재밌는 상징과 비유가 넘친다. '캐구리(phrog)'로 표현된 조직의 구성원들은 '황소캐구리'를 '메시아'로 여긴다. 어두침침한 연못에 사는 캐구리와 황소캐구리는 '개굴어'로만 소통하기에, '개굴개굴'밖에 모른다. 인간이 캐구리로 변한 조직에서 인간의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없다. 울부 짖는 캐구리도 없다. 거세된 황소 캐구리만이 조직의 정점에 선다. 이 책의 Part 3에서 캐구리 연못에서 벗어나는 삶을 다룬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도 있다. 나를 설득하는 선교자에게 주로 인용해서 따졌던 부분이다.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 조직을 살리는 길인지 생각하게 한다.길지 않은 책이다. 250쪽도 못 미친다. 내 억지라고 매도당해도 별 도리는 없지만, 촘선생의 민중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 책이었다. 조직에 속한 인간은, 모두 생각의 자유를 빼앗겨야 안전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해결책은 없을까? 연달아 떠오르는 질문에 우화와 넘치는 개그센스로 현답(賢答)을 던진 책이었다.<에빌린 패러독스의 일반적인 증상> pp.31~321. 조직의 구성원들은 조직이 처한 상황이나 조직이 당면한 문제의 본질에 대해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예) 우리 가족은 선풍기 앞에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도미노 게임을 하고 싶었다.2. 조직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욕구나 생각을 서로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정반대로 행동해서 서로가 조직의 상황을 오해하게 만들 뿐이다.3. 조직의 구성원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조치에 대해 '무언의 합의'를 한다.예) 저자의 가족은 '함께 행동하기'가 개인과 집단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생각했다.4. '무언의 합의'에 동참하게 된 조직의 구성원들은 조직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느끼게 되며, 그로 인해 친숙한 몇몇 구성원간에 하위집단을 형성하고 다른 집단을 비난한다.예) 구성원들이 권력자를 비난하거나, 책임전가 논쟁을 벌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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