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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와 한림별곡
    無序錄 2013. 5. 16. 00:38

    <한림별곡>  

                                       - 한림제유

     

    元淳文 仁老詩 公老四六

    李正言 陳翰林 雙韻走筆

    沖基對策 光鈞經義 良鏡詩賦

    위 試場ㅅ 景 긔 엇더하니잇고.

    葉 琴學士의 玉筍門生 琴學士의 玉筍門生

    위 날조차 몃 부니잇고.

    유원순의 문장이인로의 시이공로의 사륙변려문,

    이규보와 진화의 쌍운을 맞추어 써 내려간 글,

    유충기의 대책문민광균의 경서연구김양경의 시와 부.

    이들이 모두 모여 시험을 치는 광경그것이 어떠합니까?

    금의가 배출한 죽순같이 많은 제자들.

    아아나까지 몇 사람이겠습니까!

    唐漢書 莊老子 韓柳文集

    李杜集 蘭臺集 白樂天集

    毛試尙書 周易春秋 周戴禮記

    위 조쳐 내 외온ㅅ 景 긔 엇더하니잇고.

    葉 大平廣記 四百餘卷 大平廣記 四百餘卷

    위 歷覽ㅅ 景 긔 엇더하니잇고.

    당서와 한서장자와 노자한유와 유종원의 문집,

    이백두보의 시집난대영사(令使)들의 시문집백거이의 문집,

    시경과 서경주역과 춘추대대례와 소대례.

    아 이런 책들의 주석까지 외우는 광경이 그 어떠합니까?

    태평광기 400여 권

    두루 읽는 모습은 어떠합니까?

    眞卿書 飛白書 行書草書

    篆籒書 蝌蚪書 虞書南書

    羊鬚筆 鼠鬚筆 빗기드러

    위 딕논 ()긔 엇더하니잇고.

    (吳生劉生 兩先生의 吳生劉生 兩先生

    위 走筆ㅅ 긔 엇더하니잇고

    진경서비백서행서와 초서,

    전서와 유문과두문우서와 남서,

    양털붓쥐털붓 비껴 들어

    내려 찍는 모습 그 어떠합니까?

    오 선생과 유 선생 두 선생이,

    붓 놀리는 모습 어떠합니까?

    黃金酒 栢子酒 松酒醴酒

    竹葉酒 梨花酒 五加皮酒

    鸚鵡盞 琥珀盃예 가득 브어.

    위 勸上ㅅ 긔 엇더하니잇고.

    (劉伶陶潛 兩仙翁의 劉伶陶潛 兩仙翁

    위 ㅅ 긔 엇더하니잇고.

    황금주백자주송주예주

    죽엽주이화주오가피주를

    앵무잔호박잔에 가득 부어

    올리는 모습 그 어떠합니까

    유영 도잠 두 선옹의,

    취한 모습 그 어떠합니까?

    紅牧丹白牧丹丁紅牧丹

    紅芍藥白芍藥丁紅芍藥

    御柳玉梅黃紫薔薇芷芝冬柏

    위 間發景 긔 엇더하니잇고

    合竹桃花 고온 두분 合竹桃花 고온 두분

    위 相映景 긔 엇더하니잇고

    분홍모란흰모란진분홍모란

    분홍작약흰작약진분홍작약

    석류 매화노란 장미 자색 장미지지꽃 동백꽃들이

    사이 사이 핀 모습 그 어떠합니까

    대나무 복사꽃처럼 어울리는 고운 두분,

    서로 바라보는 모습 그 어떠합니까

    阿陽琴文卓笛宗武中琴

    帶御香 玉肌香 雙伽倻

    金善琵琶 宗智嵆琴 薛原杖鼓

    위 過夜景 긔 엇더하니잇고

    一枝紅의 빗근 笛吹 一枝紅의 빗근 笛吹

    위 듣고아 잠드러지라

    아양의 거문고문탁의 피리종무의 중금

    대어향옥기향이 타는 쌍가얏고

    김선의 비파종지의 해금설원의 장고로

    밤 새워 노는 모습 그 어떠합니까

    일지홍이 비낀 피리 소리,

    듣고서야 잠들고파라

    蓬萊山方丈山瀛洲三山

    比三山 紅縷閣 婥妁仙子

    綠髮額子錦繡帳裏珠簾半捲

    위 登望五湖景 긔 엇더하니잇고

    綠楊綠竹 栽亭畔애 綠楊綠竹 栽亭畔

    위 囀黃鶯 반갑두셰라

    봉래산방장산영주산의 삼신산

    이 삼신산 붉은 누각에 신선아이 데리고

    풍류객이 비단 장막 속에서 주렴을 반만 걷고

    산에 올라 오호를 바라보는 모습 그 어떠합니까

    푸른 버들 푸른 대가 자라는 정자둔덕에,

    지저귀는 꾀꼬리 반갑기도 하여라

    당당당唐唐唐 당추자唐楸子 조협皂莢남긔

    실로 홍글위 매요이다

    혀고시라 밀오시라 정소년鄭少年

    위 내가논대 남갈셰라

    삭옥섬수削玉纖纖 쌍수雙手길헤

    위 호수동유携手同遊ㅅ 景 긔 엇더하니잇고

    당당당 당추자(호도나무), 조협(쥐엄)나무에

    붉은 실로 붉은 그네를 매옵니다

    당기거라 밀거라정소년아!

    내가 가는 그곳에 남이 갈까 두려워

    옥을 깎은 듯 부드러운 두 손길에,

    손 잡고 노니는 모습 그 어떠합니까

     

     

       SNS를 가득 채우고 있는 짧은 글들과 사진을 보고 있으면, <한림별곡>이 자꾸만 떠오른다.

     

    ① 지식자랑 : 사회적 문제나, 인터넷 신문 기사을 인용하며 깊이 없는 고찰을 근거로 댓글 달기.

    ② 물건자랑 : 새로운 옷이나, 가방, 전자제품을 사서 사진 올리기.

    ③ 먹고 마시기 : 음식과 술 사진과 함께 익숙한 코멘트.

    ④ 여행/경치 감탄 : 한가로운 풍경사진, 고독한 몸짓, 또는 신나는 동작.

    ⑤ 음악 이야기 : 최신곡이거나 애플 광고에 어울릴 법한 인디밴드의 노래들에 대한 소개/감탄

    ⑥ 파티&놀기 : 친구 또는 애인들과 놀기. 때로는 가족들 여행 사진.

    ⑦ 자식&동물자랑 : 함께 사는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이야기.

     

       예전에 학교에서 <한림별곡>을 배울 때에는, '퇴폐적이고 향락적 기풍을 나타냈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런데 최근 국문학계에서는 '무신정권 아래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흥사대부들의 포부와 생활상을 노래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림별곡>은 '누가 썼는가'를 역사적 맥락에 견줘서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했다. 그러면 SNS의 사진과 말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내게는 자꾸만, 나르키소스가 산 위에 서서 외롭다고 외치는 메아리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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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oem_정원사_책들이 있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