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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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 커피에 담그기.無序錄 2011. 12. 31. 15:24
봄입니다. 나긋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던 하루였습니다. 3월에 불던 바람은 아직 겨울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굳게 만드는 바람이었습니다. 적어도 내 마음과 또 한 사람의 마음은 꽁꽁 얼어버린 겨울이었습니다. 겨울의 입장에서는 아주 성공적인 한철이었네요. 비가 내렸습니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세상에 가득했던 먼지를 닦아줄만큼 내렸습니다. 아스팔트에 닿아 튀어오르고 터지는 빗방울을 보며 생각합니다. 비 비린내가 가득한 종로 거리, 그 거리를 두 손 잡고 천천히 거닐던 시간. 그리고 따뜻한 커피 두 잔과 몇 시간의 행복한 대화. 커피는 내게 아주 특별합니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두 커피를 싫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함께한 시간이 점점 많아질수록 그들은 나처럼 드립커피를 향해 손을 뻗었고 입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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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 잡소리無序錄 2011. 12. 31. 15:13
반짝이는 햇볕이 내 기분을 좋게 해줬어. 어제 밤까지만 해도 답답했던 마음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듯 시원했고 말야. 늦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이상하게 느긋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너는 그 느낌을 아니? 귀찮게 울려대는 손전화 알람을 꺼버리고 이불을 걷어 차버렸어. 동서남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는 머리카락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눈도 덜 뜬 채 욕실로 걸었지. 아마, 네가 내 모습을 봤다면, 몽유병 환자로 착각했을 거야. 손을 더듬어서 칫솔과 치약을 찾았어. 보지 않고 치약을 짜서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양을 칫솔에 묻혀버렸더라. 눈을 빼꼼히 뜨고, 세면대에 칫솔을 올려 놓았어. 그리고 나선,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샤워기를 틀었지. 거기까지가 내 오른쪽 눈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의 한계..